공청회 개최 등 건안법 논의 재개 움직임
'매출액 3%' 과징금 조항은 진통 예상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설 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 보장 의무를 발주자에게 부여하는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이 재조명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시공사 안전관리 책임자 4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숨진 현장소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현장소장이 사고 당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현장 책임을 맡은 시공사 법인 처벌을 넘어 발주처인 서울시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느냐다. 공사 기간 단축 과정과 시공·감리 과정에서 서울시가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어느 정도 행사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발주자는 적정한 공사 기간과 공사 비용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해당 사업이 최초 발주 당시부터 긴급공사로 진행됐다는 점 자체가 공사가 급하게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사 기간이 굉장히 촉박하게 갔거나 2개월을 단축시켰던 부분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공기 단축 발주자 의무사항 위반과 연계돼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서울시는 준공일을 올해 7월에서 5월로 앞당기면서 전체 공사 기간이 2개월 단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 현장의 안전 책임을 발주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 안 등 총 3건의 건설안전특별법안이 발의돼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은 권한이 발주자에게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 보장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감리자에게 사고 우려 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되 시공사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인허가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안전 주체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했다.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던 이 법안들은 지난달 말부터 다시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분위기다. 사고 당일이었던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 대화 건설현안 협의체 결과보고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은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회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며 건설안전특별법 입법 필요성과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공기 산정 책무 부여에 뜻을 모았다. 앞서 문진석·윤종오 의원은 4월 13일 건설안전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하며 법안 논의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영업정지를 대신해 부과하는 '매출액 3% 이내(최대 1000억원)'의 과징금 규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기업 전체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매기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전체 매출액이 아닌 사고가 발생한 해당 건설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처벌 조건을 완화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재유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건안법 검토보고서에서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과징금의 규모가 과다해 축소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다수 제출된 점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에 대해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