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 외환위기 이후 최고⋯D램 전년비 400% '쑥'

입력 2026-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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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1일 '2026년 4월 생산자물가(잠정)' 발표
반도체 공정서 사용되는 솔벤트, 전년비 258% ↑
'메모리 반도체' D램도 전년 동기 대비 398% 상승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 폴리에틸렌 포대와 포장재 등이 적치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 폴리에틸렌 포대와 포장재 등이 적치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속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석탄 및 석유제품 등 생산물가가 한 달새 30% 이상 급등, 생산자물가 전체를 끌어올린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1~3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국내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125.35) 대비 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한 수치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6.9% 올랐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1998년 2월(2.5%)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생산자물가 상승세는 공산품(전월비 5.8% 상승)이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과 석유제품 국내 출하, 여기에 화학제품 생산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 석탄 및 석유제품 생산자물가가 한 달 전과 비교해 31.9% 급등하며 전월(32%)과 비슷한 상승률을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무려 73.9%에 이른다. 화학제품 생산자물가 역시 전월 대비 6.3%, 전년 대비 15.6% 뛰었다.

품목 별로 보면 석탄 및 석유제품 중 솔벤트 생산물가가 한 달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94.8% ↑) 올랐다. 솔벤트는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밑그림을 그려주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솔벤트의 생산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258% 급등했다. 경유 생산물가도 한 달 만에 20.8%, 전년 대비 53.4% 상승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생산물가는 전월 대비 37.8%, 전년 동월 대비 39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컴퓨터기억장치 역시 전월 대비 10.8%, 전년 대비 180% 상승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과 같은 석유제품과 나프타 가격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4월 들어서는 나프타 가격 상승폭이 일부 축소된 반면 경유와 휘발유, 등유 가격 상승 흐름은 지속됐고 제트유가 큰 폭으로 뛰면서 전체 석탄 및 석유제품 상승률이 결과적으로 전월과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등락 흐름에 더해 정부의 최고가격제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품목 생산자물가가 4월에 이연 반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생산자물가지수 추이 (사진제공=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추이 (사진제공=한국은행)

반면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전월 대비 1.0% ↓)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오이와 조기가 전월 대비 각각 30.6%, 16.3% 하락했다. 반면 돼지고기 생산물가는 한 달 전보다 13.3% 올랐다. 전년 대비 주요 등락 품목으로는 소고기와 양파, 냉동오징어가 꼽혔다. 소고기의 경우 전년 대비 생산물가가 15.3% 오른 반면 양파와 냉동오징어는 1년 전보다 생산물가가 48.2%, 19.4% 하락했다.

전력과 가스, 수도 및 폐기물 생산물가는 산업용도시가스를 중심으로 0.3% 상승했다. 서비스 생산물가 역시 운송과 금융 및 보험서비스가 오르면서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특히 4월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 생산물가가 전월 대비 3.0%, 전년 동기 대비 26.2% 뛰었다. 이에대해 이 팀장은 "금융 및 보험 서비스 생산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95년 한은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물가 변동을 생산단계별로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원재료와 중간재, 최종재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5.2%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9% 오른 수치다. 원재료는 국내출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28%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수입물가의 상승률이 한 달 전과 비교해 36.5% 급등했다. 중간재와 최종재 역시 국내 출하와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각각 4.3%, 0.5%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 생산자물가 추이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봤다. 이 팀장은 "5월 19일까지의 상황을 보면 두바이유 가격과 원달러환율 평균치가 전월 평균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다만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차질 영향이 시차를 두고 여러 부문으로 파급이 되면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현재로서는 생산물가 변동 흐름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향후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원재료나 중간재 가격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 정도나 시차에는 비용 상승분 외에도 시장 수요 상황이나 경영 여건, 정부 정책 영향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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