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상장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예외 허용 기준이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는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빠진 채 정성적 심사 구조가 이어지면 기업과 주관사의 혼선과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공개세미나에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를 예외로 허용하겠다는 큰 틀만 밝혔을 뿐, 일반 주주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 어느 수준의 찬성률을 요건으로 볼지는 명문화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4월에 이어 7월 가이드라인에서도 동의 방식과 비율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실무 혼선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의견수렴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절차적 의견 청취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의 정성적 판단 구조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구체적인 수치 기준 없이 심사관의 재량에 의존할 경우 유사한 사례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물밑에서 거론되는 MOM(소액주주 다수결) 기준 역시 공시나 규정에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기준을 가늠하지 못한 채 과도한 주주보호 조치를 경쟁적으로 내놓거나, 반대로 기준 미달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재무적 투자자(FI)의 회수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절차 부담이 커질수록 FI 입장에서는 투자 회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용 증가뿐 아니라 FI 회수 차질과 투자 적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외 허용 요건의 수치화와 절차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준 마련 속도가 시장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