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악용한 '가짜 채권'...저축은행 대출 사기의 법적 쟁점 [수사와 재판]

입력 2026-05-16 08: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근 웰컴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에서 불거진 '자동차 부품 매출채권 담보 대출' 사기 의혹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실 대출 문제가 아니라, 허위 자료를 이용한 조직적인 사기 행각과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사건의 쟁점과 의미를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AI 생성) (챗GPT 이미지 생성)
▲(사진=AI 생성) (챗GPT 이미지 생성)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부품 매출채권 관련 사고를 인지해 금감원에 자진 신고했다. KB저축은행도 1월 관련 손실 45억원을 공시하며 베일에 싸여있던 대출 사기 사건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매출채권 담보 대출'은 장래에 받을 돈을 담보로 먼저 자금을 융통하는 정상적인 금융 거래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나 정비 업체가 보험사나 거래처로부터 받을 대금이 있다면, 금융회사는 그 채권의 존재와 회수 가능성을 평가해 대출을 실행한다. 업체는 운영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담보를 바탕으로 이자 수익을 얻는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 협력업체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상생금융'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 역시 업체가 보험개발원의 차량 수리비 산정 시스템(AOS)을 통해 견적서를 발급받으면, 저축은행이 이를 매출채권으로 인정해 대출을 내주고 향후 보험금으로 회수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출의 전제 조건인 ‘채권의 실재성’이다.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견적서와 실제 수리 내역의 일치 여부 및 금액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토한 후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사건은 허위 견적서를 바탕으로 실재하지 않는 채권에 대해 대출이 집행됐다. 이처럼 대출의 기초가 되는 채권 자체가 조작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부실대출을 넘어 명백한 대출 사기에 해당한다.

존재하지 않는 매출채권으로 금융회사를 속여(기망행위) 대출금을 받아냈다면(처분행위), 사기죄가 성립한다. 간혹 사후에 대출금 일부를 갚았으니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피해액 산정이나 양형에 참작될 사유일 뿐 범죄 성립을 좌우하지 않는다. 판단의 기준점이 '대출 실행 당시'이기 때문에, 당시 제출된 자료가 허위임을 알았을 경우 금융기관이 대출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만 입증되면 사기죄 성립에는 무리가 없다.

허위 견적서로 인한 문서위조죄도 문제가 된다. 문서위조죄는 단순히 문서 내용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본인 명의 업체에서 내용만 부풀린 견적서를 작성했다면 이를 위조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대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타 업체 명의를 도용하거나, 작성 권한이 없는 사람이 권한 있는 사람 명의로 서류를 꾸며냈다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금융감독원.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금융감독원.

특수목적법인(SPC) 활용 의혹도 수사와 재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인을 여러 개 세우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동일인이 지배하는 여러 법인이 동일한 수법으로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일인 대출한도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구조로 의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외견상 드러난 법인 명의가 아니라 '실질 차주'와 '자금 흐름'을 추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실질적인 자금주가 확인될 경우 단순 사기를 넘어 조직적인 한도 회피, 공모 관계, 범죄수익 은닉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이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일차적인 책임은 허위 자료를 제출해 금융기관을 기망한 차주에게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의 경우 외형상 정상적인 서류를 제출받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심사했다면, 사후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출채권 담보 대출은 채권의 실재성이 핵심인 상품인데, 동일한 업체군에서 유사한 대출이 반복되거나, 특정 거래처에 위험이 집중되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면 임직원 역시 업무상 배임, 내부통제 위반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정상적인 매출채권 담보 대출은 중소업체의 유동성을 돕는 건강한 금융이지만, 심사의 허점을 노린 허위 견적서와 가공의 채권이 동원되었다면 이는 중대한 금융 사기"라고 지적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금융팀,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탈모 1000만명 시대 해법 논의…이투데이, ‘K-제약바이오포럼 2026’ 개최[자라나라 머리머리]
  • 같은 코인 거래소마다 다른 가격…이유는 [e가상자산]
  •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사태, 모두가 민감한 이유
  • 올해 원유 가격 3년째 동결⋯우윳값 인상 피할 듯
  • 팔천피 일등공신은 개미⋯외인이 던진 ‘18조 삼전닉스’ 받아냈다 [꿈의 8000피 시대]
  • 코픽스 한 달 만에 반등⋯주담대 금리 다시 오르나 [종합]
  • 이정후 MLB 새기록…'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란?
  • 피부 레이저를 두피에 쐈더니…숨었던 모발이 돌아왔다[자라나라 머리머리]
  • 오늘의 상승종목

  • 05.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7,364,000
    • -1.77%
    • 이더리움
    • 3,304,000
    • -1.2%
    • 비트코인 캐시
    • 630,500
    • -2.02%
    • 리플
    • 2,113
    • -2.94%
    • 솔라나
    • 131,500
    • -2.52%
    • 에이다
    • 384
    • -3.27%
    • 트론
    • 524
    • +0%
    • 스텔라루멘
    • 228
    • -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160
    • -5.08%
    • 체인링크
    • 14,750
    • -3.34%
    • 샌드박스
    • 111
    • -3.4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