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술적 투자처 넘어 핵심 시장으로”…코스피 8000, 반도체 이익 장세 시험대 [꿈의 8000피 시대]

입력 2026-05-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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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돌파한 배경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만든 반도체 중심의 이익 장세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15일 본지가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통해 긴급설문을 진행한 결과 반도체 중심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를 자극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되면서 지수 레벨 자체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코스피 8000 돌파를 두고 “반도체 빅사이클과 대내 수급이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도 “단순 유동성 장세보다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폭이 커졌고, 이익 전망 변화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번엔 다르다"⋯주가가 이익을 쫓아가는 구도

이번 상승장이 과거의 급등장과 다르다는 분석은 이익 증가 속도에서 나온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률이 78%인 데 비해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증가율은 127%에 달한다”며 “주가가 이익을 쫓아가는 구도”라고 말했다. 지수가 단기간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단순히 기대감이 주가를 앞서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과열 여부는 엇갈린다. 이종형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와 나스닥 등 주요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연초보다 오히려 낮아진 상태에서 주가가 올랐다”며 “닷컴버블처럼 기대가 주가를 선행하는 구조와는 다르다”고 했다. 주가 상승의 근거가 실적 가시성에 있다는 점에서 과거 버블 국면과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지수 전체가 낮아 보이는 배경에 반도체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개월 선행 PER은 8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상 과열 국면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수치는 반도체에 의존한다”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를 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3배를 상회하므로 과열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코스피 전체로는 부담이 제한적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일부 업종은 이미 가격 부담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마디선 자체의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종우 센터장은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7000, 8000 등 마디선 도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상징성 측면에서 언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수 1000포인트 상승도 절대 수준보다 상승률과 이익 증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수 기저가 높아질수록 같은 1000포인트 상승이라도 과거보다 상승률 자체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속도는 빨라"

다만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속도는 다소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훈 센터장도 일주일 만에 지수가 1000포인트 뛴 상황에 대해 “빠르다”고 평가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8000선 이후 장세에서 경계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현재 장세를 단순 과열로만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강하다. 황승택 센터장은 “EPS로 이끈 시장 상황 속 패러다임 전환으로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현재 속도에 대한 불편함 이외에 EPS 추정치의 추세를 변화시킬 만한 요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상승은 실적 상향에 기반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조수홍 본부장은 이번 랠리의 또 다른 축으로 정책 효과를 짚었다. 그는 “반도체 중심 이익 성장세와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으로 어닝과 멀티플이 동반 확대되는 중”이라며 “ETF 시장 활성화로 장기투자 문화도 자리 잡아 가는 등 국내 주식시장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적 개선만이 아니라 주주환원, 거버넌스 개선, 외국인 접근성 개선 등이 한국 증시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쏠림은 동력이자 부담

반도체 쏠림은 이번 장세의 동력이자 동시에 부담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면서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도 빠르게 높아졌다. 박영훈 센터장은 “쏠림 심화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지수가 오르면서 주도주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AI 산업 관련 주도주 위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본부장은 AI 투자 흐름 자체에 대해서는 강한 지속성을 예상했다. 그는 “AI 투자는 과열됐으나, 이젠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외부 충격, 즉 긴축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투자가 이어지고, 메모리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8000 돌파를 한국 증시의 체질 변화로 해석했다. 최현재 센터장은 “코스피 8000선 돌파는 현실화 시 글로벌 벤치마크에 해당하는 미국 S&P500지수보다 먼저 해당 마디 지수대에 도달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한국 증시의 상전벽해급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실적 장세가 한국 증시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추가 상승을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수로는 2027년 반도체 수익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최현재 센터장은 “단연 2027년 반도체 수익성”이라며 “지수의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경쟁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HBM 수요, 빅테크 AI 설비투자, 메모리 가격 상승,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익성 유지 여부가 향후 지수 상단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황숭택 센터장도 “미국 시중금리 향방 및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증가 지속 여부”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AI 투자가 지속되더라도 금리 상승이나 긴축 우려가 커지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형 센터장 역시 미국 금리 동향을 주요 리스크로 제시하며,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 일변도의 장세가 비반도체 업종으로 확산할지도 중요하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8000 돌파는 유동성 효과가 아닌 반도체·AI 중심 이익 레벨 자체가 한 단계 상승했음을 시장이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9000·1만피는 지수 속도보다는 비반도체 이익 확산과 ROE 기반 재평가가 병행돼야 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반도체 외 업종으로 전력기기·전력망·조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는 AI CapEx 치킨게임 국면에서 EPS 리비전이 이어지는 한 중기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타 업종 중에서는 전력기기·전력망·조선처럼 AI 이후 병목을 해소하는 인프라 업종, 코스닥에서는 실적이 동반되는 소부장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종형 센터장도 반도체 외 확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랠리 지속을 위해서는 조선, 방산, 은행, 지주 등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탄력이 크지 않았던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경우 코스피 추가 상승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가 지수 상단을 열었지만 이후 상승장의 폭과 지속성은 다른 업종의 이익 개선이 얼마나 동반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한국증시 핵심시장으로 등극할까?

한국 증시가 글로벌 자금의 ‘핵심 시장’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와 조건이 함께 제시됐다. 최현재 센터장은 “현재 한국 시장은 글로벌 AI CapEx의 핵심 공장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이익 기여도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은 낮다며, 정부의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과 제도 개선이 병행될 경우 글로벌 자금의 구조적 시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조수홍 본부장도 정책의 일관성을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거버넌스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중”이라며 “정책 모멘텀과 일관된 추진 지속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와 MSCI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 등도 장기 자금 유입의 기반으로 거론됐다.

박영훈 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세계 시가총액 6위권으로 올라선 데 대해 “시총 6위권으로 올라온 이후 유지를 해야 핵심 시장으로 분류될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순위 상승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을 구조적으로 편입할 시장으로 판단하려면, 이익의 지속성과 시장 체질 개선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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