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등급에 ‘엄선·실속·알뜰’ 표시 더해…소비자 반응 시험대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025년 5월 29일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의 한우 200여 마리가 겨우내 축사 생활을 마치고 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https://img.etoday.co.kr/pto_db/2026/05/20260514102238_2333398_1200_800.jpg)
사료비와 환율,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한우 산업의 오래된 공식이 시험대에 올랐다. 30개월 이상 길게 키워 마블링을 높이는 방식이 고급 한우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지만, 생산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사육기간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한우를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새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 9일까지 하나로마트와 킴스클럽, GS더프레시 매장에서 ‘단기비육 한우고기’를 판매한다고 14일 밝혔다.
단기비육 한우는 통상 30개월 이상이던 한우 사육기간을 28개월 이하로 줄인 한우다. 사육기간을 줄이면 농가는 사료비 등 생산비를 낮출 수 있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한우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 할인판매라기보다 장기비육 중심의 한우 생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장성 점검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올해 출하 예정인 후대검정우 400두 가운데 상반기 물량 195두를 우선 공급한다. 후대검정우는 24개월령 전후에 출하되는 물량으로, 단기비육 한우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소비시장에서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가격은 일반 한우보다 20~43% 낮게 책정됐다. 농협유통은 14일부터 31일까지 하나로마트 등 6곳에서 1등급 ‘실속’ 한우 등심을 100g당 7350원, 국거리·불고기를 3830원에 판매한다. 킴스클럽은 27일부터 29일까지 28곳에서 2등급 ‘알뜰’ 한우 등심을 5990원, 국거리·불고기를 3990원에 내놓는다.
GS리테일은 다음 달 3일부터 9일까지 GS더프레시 593곳에서 1+등급과 1++등급 ‘엄선’ 물량을 판매한다. 1+등급 등심은 100g당 7990원, 1++등급 등심은 9990원이다. 1++등급 등심은 일반 가격보다 43% 낮은 수준이다.

이번 판매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 등급과 별도로 붙는 소비자용 표시다. 정부는 1++부터 3등급까지의 기존 등급체계는 유지하되 ‘엄선’, ‘실속’, ‘알뜰’이라는 표시를 함께 제시한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무조건 상위 상품으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격과 용도에 맞춰 한우를 고를 수 있도록 소비 기준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한우 사육기간 단축은 최근 농정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한우농가는 그동안 장기비육을 통해 고급육 시장을 키워 왔지만,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변동에 취약한 사료비 구조가 생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중동 불안 등 대외 변수로 사료 원료와 운송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사육기간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한우 산업의 체질 개선 카드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단기비육 한우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짧게 키운 소는 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할인행사 이후 상시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장기비육과 마블링 중심으로 형성된 소비 기준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다.
정부도 이번 판매 기간 소비자 설문조사를 병행해 단기비육 한우에 대한 인식을 분석할 계획이다. 가격 부담을 낮춘 한우가 단순한 할인 상품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비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전익성 농식품부 축산유통팀장은 “판매 기간 동안 소비자 설문조사를 병행해 단기비육 한우에 대한 인식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한우자조금을 활용해 온·오프라인 상시 판매 체계를 구축하는 등 한우 산업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