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객·투자자 물 데이터 요구 확대에도 대응 수준 낮아
재무영향 정량화 미흡…“물 데이터 측정·공시 체계 구축 필요”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의 물 데이터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대응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리스크 대응 역량이 공급망 경쟁력과 자금조달 여건을 좌우하는 경영 변수로 부상하면서 관련 정보의 측정·관리·공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한국 기업의 물 리스크·공시 현황과 과제’ 이슈브리프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기업의 취수·방류·소비, 수원·수질, 물 스트레스 노출도 등을 다룬 CDP Water Security(물 경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물 리스크는 이미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KoSIF는 대표 사례로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들었다. 해당 산단은 과거 남한강 여주보에서 산업단지까지 용수관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주시와 인허가·지역상생 갈등을 빚으며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공업용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물 확보 문제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이 같이 물 리스크는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철강·화학·제약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의 생산 안정성과 비용 구조, 공급망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KoSIF의 진단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물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재무적으로 정량화하거나 공시로 연결하는 수준은 아직 미흡했다. 2025년 CDP 수자원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응답기업 113개사 중 77%인 약 87개사가 홍수와 가뭄 등 중대한 물 리스크를 인지했다.
반면 2025년 CDP 한국 보고서 기준 물 리스크 보고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3300만 원에 그쳤다. 기후변화 리스크의 건당 평균 재무영향 약 114억 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 리스크가 실제보다 과소 식별·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 금융기관의 물 정보 요구도 구체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에 물 사용량, 폐수관리 현황, 물 소비 감축 노력, 물 재이용 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물 데이터가 자금조달 조건과 연결되는 사례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제조·서비스업 363개사를 대상으로 총 1895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운영하며 용수 사용량 감축을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했다.
물 리스크가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국내 물 공시 기업은 해외와 달리 오히려 줄고 있다. 글로벌 CDP 수자원 응답기업은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약 7배 늘었다. 반면 한국 응답기업은 2023년 135개에서 2024년 116개, 2025년 113개로 감소했다.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는 이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리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되고 있다”며 “기업은 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