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한국시간) TV아사히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대표 스낵업체 칼비가 감자칩과 ‘갓파에비센’ 등 일부 제품 포장을 한시적으로 흑백 또는 2색 인쇄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대상은 14개 제품이다. 평소 빨강, 노랑, 초록 등 선명한 색으로 진열대를 채우던 과자 봉지가 전쟁 여파 속에서 색을 줄인 포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칼비의 이번 조치는 이란 관련 전쟁 여파로 인쇄용 잉크 수급과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전쟁 물가가 주유소와 전기요금, 항공권 가격을 넘어 생활소비재의 외형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결정은 인쇄용 잉크 부족과 비용 부담 때문이다. 인쇄용 잉크에는 원유 파생물인 나프타가 필요한데, 일본은 나프타 소비량의 약 40%를 중동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품 포장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핵심 장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그럼에도 칼비가 색을 줄이기로 한 것은 원가 압박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다. 가격을 바로 올리기 어렵다면 기업은 용량, 원재료, 포장 방식부터 손본다. 이번에는 그 조정 대상이 과자 봉지의 ‘색’이 된 것이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와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 충격은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쇄업체는 잉크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식품업체는 포장재 비용 상승을 떠안게 된다. 이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 용량, 포장 품질, 디자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나프타 공급 차질로 플라스틱과 포장재 가격이 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 나프타 가격은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고, 식품·음료·화장품·의료용품 포장재를 쓰는 업계 전반에 압박이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즉각적인 잉크나 나프타 공급 차질 보고는 없으며, 비중동 지역 수입 확대와 비축 원유 활용 등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제 포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공급망 불안이 이미 현장 비용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일본처럼 국내 과자 봉지를 흑백으로 바꾼다는 발표는 아직 없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나프타와 잉크, 플라스틱 가격 부담이 커지면 국내 업체들도 비슷한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 포장 디자인 단순화, 인쇄 색상 축소, 포장재 두께 조정, 친환경 소재 전환 명분을 앞세운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한 방식이다.
문제는 과자와 라면처럼 판매량은 많지만 개당 단가가 낮은 제품의 포장비 부담이 누적되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과 생활용품은 포장 디자인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비용 압박이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