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한마디도 무조건 법원행…‘전건송치’ 구조가 통계 착시 키웠다 [뜨거운 감자 촉법소년]

입력 2026-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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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해도 무조건 법원행…범죄소년과 다른 구조
전문가들 “더 많은 소년범 양산…선별송치 필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촉법소년을 보호처분을 통해 조기에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취지로 도입된 ‘전건송치’ 제도가 되레 경미한 사건까지 전부 법원으로 밀어넣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 사건이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의 경중과 무관하게 무조건 관할 법원 소년부로 송치해야 한다. 소년법 제4조 2항이 경찰서장은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관할 소년부에 전부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전건송치’ 제도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간한 ‘촉법소년 선별송치 및 경찰 선도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건송치 제도는 당초 촉법소년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으로 조기에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만큼 검찰의 기소·불기소 판단 단계가 없다. 아예 검찰을 건너뛰고 법원 소년부로 직행시켜 보호처분을 받게 하려는 설계였다.

그러나 이 구조가 최근 역효과를 낳고 있다. 만 14세 이상 범죄소년은 경찰 선도제도를 통해 훈방이나 즉결심판으로 사회로 바로 돌려보낼 수 있다. 검찰에 사건을 넘긴 뒤 기소유예 등으로 경미한 사건이 걸러지는 단계도 있다.

반면 촉법소년은 혐의가 인정되는 순간 무조건 관할 법원 소년부로 송치해야 한다.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로 사건을 정리하는 것도, 경찰 단계에서 훈방하는 것도 내규상 불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이 구조가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무인 점포에서 친구끼리 소액 절도를 한 경우 생일이 지나 만 14세가 된 학생은 경찰 단계에서 훈방이 가능하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은 촉법소년은 무조건 법원으로 송치된다. 보고서는 “경찰 실무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폭력의 사법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법원에 접수되는 촉법소년 사건이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들이 경찰 고소와 학교폭력위원회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학교폭력을 신고하면서 형사 고소하는 게 한 세트처럼 되고 있다”며 “욕설 한마디도 신고로 이어지는 등 매우 경미한 사건도 전부 법원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경미한 사건까지 전부 법원으로 넘어가면서 소년들이 불필요한 사법 절차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학교나 경찰 단계에서 훈계할 사건들도 모두 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받아야 하니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소년범이 양산되는 셈”이라며 “소년범으로 재판받았다는 기록은 가정법원 안에만 남긴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낙인찍히는 부분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신혜성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도 “심리불개시나 불처분으로 끝나더라도 재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심리적 부담이 된다”며 “범죄소년의 많은 부분은 기소유예 단계에서 끝나는데 촉법소년은 전부 법원으로 넘어가다 보니 통계상 접수 건수에 과장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촉법소년 사건은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는 조문 하나로 운용돼 왔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프로세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이 촉법소년 사건을 선별송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별 기준으로는 범죄 경중, 피해회복 여부, 보호자 양육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만 경찰에게 촉법소년의 경미성 판단 권한을 주지 않을 이유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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