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법제화도 안 됐는데 문제로 지적
해외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 예고 속 긴장↑
‘디지털 규제 시험장’ 한국 입법화 저지 목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네트워크 사용료(망 사용료) 문제를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무역장벽 사례 10가지 중 하나로 지목했다. 특히 이는 해외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디지털 통상 압박이 더욱 세질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일부 국가들이 미국산 수출을 막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미국 수출업자들이 직면한 ‘가장 황당한(Craziest) 해외 무역장벽’ 10가지를 열거했다.
이중 네 번째로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전송되는 인터넷 트래픽에 따른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이렇게 USTR은 ‘한국만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한국은 법제화된 망 사용료 제도가 없고 입법을 논의하는 단계다. 단, 이를 두고 미국 콘텐츠 기업들과 국내 통신사들은 몇 년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KTㆍ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등 ISP 3사는 유튜브ㆍ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공급하는 콘텐츠로 망에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CP들은 ISP가 서비스 가입자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까지 추가로 걷겠다는 것은 이중 과금이며 망 중립성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그간 한국의 망 사용료 정책을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꼽아왔다. USTR은 지난달 발간한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망 사용료를 포함해 △플랫폼 기업 규제 등 경쟁정책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개인정보 해외전송 제한 등 데이터 현지화 △국가 안보 관련 핵심기술의 해외 클라우드 사용 제한 등을 한국의 디지털 분야 무역 장벽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게시물은 한국의 디지털 통상 규제 전반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압박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USTR은 미 연방대법원이 2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후, 이를 대체할 통상 압박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USTR은 최근 해외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아울러 한국이 ‘디지털 규제 실험장’으로 여겨지는 만큼 ‘한국에서 입법화를 막지 못하면 다른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밖에 USTR은 한국의 망 사용료 이슈 외에도 △코스타리카의 미국산 건조 콩의 까다로운 세관 검사 △튀르키예의 미국산 쌀 수입 금지 △일본의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허가 △도미니카공화국의 미국산 쌀 관세 철폐 약속 불이행 △나이지리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호주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규제 △브라질의 미국산 굴착 장비 등 수출 제한 △유럽연합(EU)의 치즈 명칭 규정 등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