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유럽 완성차들이 생존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본사 기술을 이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 현지 기업과 협업해 기술을 개발·검증한 뒤 글로벌로 확산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오토차이나)’에선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핵심 기술에서 중국 생태계를 활용하는 전략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를 앞세워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자체 운영체제 MB.OS에 생성형 AI를 결합하고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는 10개의 카메라, 5개의 레이더 센서, 12개의 초음파 센서 등 약 30개의 센서를 기반으로 하며 레벨2 기반의 도심 주행을 수행한다. 해당 시스템은 ‘디 올-뉴 CLA’를 시작으로 작년 말 중국에서 먼저 적용됐다. 이후 미국 시장에 연내 도입되고, 유럽(ECE) 지역은 규정 시행에 맞춰 2027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의 복잡한 도로 환경과 빠른 기술 변화 속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표준을 중국에서 먼저 시험하는 구조다.

푸조도 방향은 같다. 푸조는 중국을 전동화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규정하고, 현지 파트너 둥펑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콘셉트카 공개와 함께 ‘중국 생산, 글로벌 수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푸조는 디자인과 감성은 유럽에서 유지하되, 지능형 기술과 생산은 중국과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 기술력과 스텔란티스 브랜드 정체성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현지 파트너와 함께 독일의 엔지니어링 우수성과 중국 현지 혁신을 속도감 있게 결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샤오펑 등과 공동 개발한 중국 특화 전자 아키텍처인 ‘CEA’다. 로버트 시세크 폭스바겐 중국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에만 중국에서 13개의 새로운 신에너지차(N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2029년까지 그 규모는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현지화 수준을 넘어선다. 글로벌 완성차 산업의 기술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본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중국 시장에 적용하는 ‘다운스트림’ 구조였다면, 현재는 중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글로벌로 확산하는 ‘업스트림’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와 SDV 경쟁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완성차들이 더 이상 독자 기술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 기업과 협업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적용하는 것이 생존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