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상권과 개인정보는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핵심 권리지만, 정작 법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사회적 관심과 온도 차가 크다. 민사상 배상은 상징적 수준에 그치고, 형사 처벌 문턱 역시 높아 실질적 구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 기업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오고 수만명 규모의 집단소송이 꾸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피해자가 손에 쥐는 배상금은 1인당 10만원 내외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변호사비와 인지대·송달료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금액은 크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소송 참여를 위해 모은 비용이 배상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원이 정신적 손해에 해당하는 위자료 산정에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보 유출 사실만으로는 배상 근거가 부족하고, 2차 피해의 발생과 구체적 피해 액수를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되면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실질적 배상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형사 처벌 문턱도 높다. 단순한 초상권 침해는 그 자체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며, 촬영물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수준이 아닌 한 민사상 불법행위로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역시 요건 입증이 까다로워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며,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상담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맞고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의 연락처나 대화 기록, 사진 등을 확보한 피해자가 되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상간 소송 등 일부 사건에서는 형사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결정적 증거를 제출하는 선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본안 소송의 시비가 가려지기 전에 수사기관의 연락이 먼저 도달하면서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민사 재판에서는 증거 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취득 과정의 절차적 흠결이 별개의 민사·형사상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소송 취하나 불리한 합의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보라 변호사는 “법의 경직성이 낳은 비극”이라며 “사회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기업 대표가 사죄할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법정 문턱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는 도구로 법을 악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