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부터 K-푸드 수출·농지관리·농어촌 기본소득 확대까지 담아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와 해상운임, 환율 불안이 한꺼번에 농업 현장을 짓누르자 정부가 농업 분야에 2658억원 규모의 추경 카드를 꺼냈다. 당장 시설원예 농가 난방비와 비료·사료 부담을 덜고,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와 수출기업 물류비, 농지관리 기반까지 함께 보강하는 방식이다. 정부 전체 추경이 고유가 대응과 민생 안정, 공급망 방어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농업 부문도 본격적인 방어선 구축에 들어간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농업 분야 피해를 줄이고 민생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에 총 2658억원을 반영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정부 추경안 전체 규모는 26조2000억원으로,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등이 담겼다.
농식품부 추경은 △농가 유류비 부담 경감 △농업인·소비자 등 민생 안정 △K-푸드 수출 지원 △농지관리 기반 강화 등 4개 축·8개 사업으로 짜였다. 총액은 2658억원이지만 내용은 단순 보전에 그치지 않고 생산비와 물가, 수출, 농정 기반을 한꺼번에 건드린 점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설원예 농가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이다. 농식품부는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난방비 비중이 큰 시설원예 농가 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난방용 유류에 78억원을 편성했다. 실제 면세유 등유 가격은 올해 2월 평균 리터당 1115원에서 3월 29일 1298원으로 16.4% 올랐다. 농식품부는 유가 상승분을 연동 지원해 농가 경영비를 낮추고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공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료와 사료 예산도 함께 보강됐다. 농식품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무기질비료 주원료인 요소 수입의 38.4%가 들어오는 구조를 감안해 무기질비료 구입비 지원 42억원을 반영했다. 비료업체 원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원료구매자금이 추가 편성됐고, 이에 따른 추경 반영분은 이차보전 예산 22억원이다. 축산농가에는 국제 곡물가 상승 가능성과 운임·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가사료구매자금 650억원을 더 넣었다.
소비자 체감도가 큰 장바구니 물가 대책도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500억원을 추가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운임과 유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농가 생산비 지원만으로는 민생 안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분야에서는 농식품 수출바우처 72억원이 추가됐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부담과 유가·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식품 수출기업의 비용을 덜어주고, 대체 수출 판로 확대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전체 추경안의 공급망 안정 기조와 맞물린 조치로 해석된다.
정책 기반을 다지는 예산도 함께 담겼다. 체계적 농지관리와 농지조사 확대를 위한 예산은 588억원, 농촌소멸 대응 차원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확대 예산은 706억원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군은 기존 10곳에서 15곳으로 늘어난다. 농식품부가 이번 추경을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농정 기반 보강까지 연결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동 전쟁에 의한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일 점검회의와 현장 애로 청취, 민간 협력 공동 대응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며 “비료·면세유·사료 등 핵심 농자재에 대한 지원과 수급 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농업 및 연관산업 전반의 부담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완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