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지역 노후 아파트에서 화재가 잇따르는 등 재건축 지연이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후 주택 증가가 주거 환경 악화를 넘어 주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 단계 통합 등 절차 간소화와 사업성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체 서울 아파트 179만808가구 중 준공 30년 이상 된 단지는 48만4511가구로 전체의 27.1%에 달한다. 아파트 네 채 중 한 채꼴로 이미 재건축이 필요한 구간에 접어든 셈이다.
앞서 2024년 정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준공 30년이 지난 공동주택은 재건축 진단 통과 전에도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다만 실제 재건축 추진 여부는 구조 안전, 설비 노후, 주거환경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한다.
아파트 노후화 양상은 자치구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절대 물량 기준으로는 노원구가 9만5828가구로 가장 많고, 강남구(5만3233가구)·송파구(3만9662가구)·강서구(3만8981가구)·도봉구(3만4162가구) 등 순이다. 상위 5개 자치구에 서울 전체 노후 아파트의 54%가 집중돼 있다. 비중으로 보면 노원구는 전체 아파트의 58.3%, 도봉구는 52.0%가 준공 30년을 넘겼다.
특히 강남·송파는 ‘초노후’ 위험이 두드러진다. 강남구의 30년 이상 아파트 비중은 39.2%로 노원·도봉보다 낮지만, 40년 이상 된 초노후 가구는 2만5407가구(18.7%)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송파구도 1만5532가구(12.0%)에 달해 그다음으로 많았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대표 지역이지만, 사업 완료 전까지는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에도 현장의 체감 속도는 더디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속도전에 나서며 2028년까지 8만5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최근 5년간 서울 정비사업의 평균 소요 기간은 여전히 18년 6개월에 달한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여파로 민간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이주 등 후속 단계에서도 공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민간사업 특성상 수익성과 규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노후 아파트 정비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날이 오르는 공사비도 재건축 사업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전년 동월보다 1.7%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당 222만원으로 2.12% 올린 점도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예전보다 많이 완화돼 구조적인 문제뿐 아니라 주차 부족, 배관 노후, 설비 노후 같은 부분도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재건축은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어,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병목 현상도 해결 과제다. 단계별로 촘촘하게 얽힌 법적 절차와 주민 동의 과정이 사업 기간을 늘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일부 모아타운처럼 조합설립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통합'이 재건축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단계 통합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추진 의지가 결합돼야 실질적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