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낮추고 혁신형 제약기업 중심 지원을 강화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체질 전환 압박에 직면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조조정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생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발표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대신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우대를 부여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를 혁신 신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결정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그간 국내 제약산업은 다품목 제네릭 판매 구조에 기반해 성장해 왔다. 약가 인하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이 낮은 품목 정리와 사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는 매출액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직결된다”며 “원료 및 물류 비용의 상승 등으로 체감하는 손해는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확대로 대형 제약사는 숨을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에 등재된 의약품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조정 기간을 충분히 둔 만큼 예측 가능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업계에서 요구했던 인하율보다는 낮지만 한시적 약가 특례로 R&D 비용 부담을 낮췄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중소형 제약사들에게는 생존의 위기가 닥친단 의미다. 생산은 물론 영업까지 위탁이 성행하면서 제약산업 진입 문턱은 점차 낮아져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 10억원 미만의 영세 제약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2년 54개(전체 제약사의 18.9%)였던 생산 규모 10억원 미만 제약사는 2024년 121개(30.3%)로 급증한 상태다. 이미 영업경쟁이 과열된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면 높은 영업위탁업체(CSO)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을 맞닥뜨리면서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을 단순한 약가 조정이 아닌 산업 구조 개편 신호로 보고 있다. 제네릭 중심 다품목 전략에서 벗어나 R&D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약가제도 개편안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을 통해 타협선을 잡은 것”이라며 “내수 기반, 단순 제네릭만으로는 기업을 영위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변화의 흐름에서 과감한 쇄신과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좀 더 발전을 모색하느냐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약가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혁신형 기업 특례와 각종 우대 조치가 확대되면서 실제 약가 인하 폭이 줄어들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희귀의약품 신속등재 제도도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어떻게 퇴출하고 약가를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 제약기업이 가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약가결정 구조를 견제하고 불분명한 약을 검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