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하루 500만 명이 이용하는 도시철도의 혼잡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무선통신 기반 열차제어시스템(CBTC)'을 도입한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노선 신설이나 열차 칸수를 늘리는 증량 대신 신호 체계 자체를 바꿔 배차 간격을 좁히고 수송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물리적 확장이 아닌 기술 전환으로 혼잡을 해결하겠다는 첫 시도다. 시는 CBTC 도입시 지하철 혼잡도가 20%가량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철도 혼잡개선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도시철도 노선별 일일 전체 통행량은 2021년 386만 명에서 지난해 492만 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고유가 여파 등으로 대중교통 이용 시민이 늘면서 출근 시간대 혼잡도는 9호선 노량진역 182.5%, 우이신설선 정릉역 163.2%, 2호선 사당역 150.4% 등 승객 간 밀착 상태 기준점인 150%를 넘긴 실정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9호선의 경우 혼잡도가 182%에 달하고 2호선도 이에 근접했으며 우이신설선도 160%대로 관리되고 있다"며 "철도 연장 요구가 계속되는 만큼 혼잡도 개선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했다"고 이번 시스템 개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가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펼친 정책은 '열차 증량'이었다. 혼잡한 노선에 열차를 추가로 투입해 수송 능력을 높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해결 방식은 기존 궤도회로 방식의 한계로 혼잡도 개선은 답보 상태다.
여 실장은 "혼잡 노선에 대해 증량 작업을 계속해 왔으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선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열차 운행 시 최소 안전 운행 구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2호선과 9호선은 더는 증량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9호선을 현재 6량에서 8량으로 늘리는 방식은 약 38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 비용이 들어가 예산 부담도 만만찮다.
현재 서울 지하철 대다수 노선에 적용된 기존 '궤도회로 방식'은 선로에 전기를 흘려 구간(블록) 단위로 열차 위치를 파악한다. 이 방식은 앞뒤 열차 간 충돌을 막기 위해 9호선은 400m, 우이신설선은 240m 등 긴 안전거리를 고정적으로 둬야만 한다. 이 때문에 열차 배차 간격을 더는 줄일 수 없다. 여기에 부품 단종 문제와 함께 해외 설비의 잦은 고장, 부품 수급 난항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새 무선통신 시스템은 열차와 관제실이 실시간으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열차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열차의 속도와 움직임에 따라 앞 열차와의 안전거리를 유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거리를 약 25m 단위까지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열차 배차 간격을 좁혀 출퇴근 시간대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시는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전체 수송력이 약 20%가량 향상돼 시민들의 체감 혼잡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신림선이 한국형 무선통신 방식(KTCS-M)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행 중이다. 뉴욕과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들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새로운 무선통신 신호 체계는 현재 혼잡도가 160% 이상인 우이신설선에 먼저 적용되며 이후 중전철인 9호선과 2호선으로 단계적 확대된다. 우이신설선의 경우 연장선 개통이 예정된 2032년에 맞춰 무선통신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투입 비용을 최소화한다.
시는 올해 상반기 실시설계에 착수해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실시설계를 이후 지상과 차상장치를 설치하고, 2032년 연장선 개통과 함께 개선을 완료한다.
계획대로라면 무선통신 신호 체계는 2032년 우이신설선에 먼저 적용되며 공사비는 우이신설선 기준 8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시민 불편은 없을 전망이다.
여 실장은 질의응답에서 "궤도에 설치하는 장비와 열차에 설치하는 장비를 각각 세팅한 뒤 일시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어서 시민이 직접 느끼는 공사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