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빌딩보다 공기 느린 아이러니⋯낡은 규제가 건설 생태계 파괴"

입력 2026-03-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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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토목학회·건설관리학회 공동 포럼 개최
"기술은 미사일인데 규제는 화살 수준" 비판
해외처럼 '엔지니어 권한 강화'와 '리스크 분담' 절실

▲제41회 건설정책포럼 '위기의 대한민국 인프라 건설: 제도와 규제 진단 및 선진화' 패널토론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제41회 건설정책포럼 '위기의 대한민국 인프라 건설: 제도와 규제 진단 및 선진화' 패널토론 (이난희 기자 @nancho0907)

국내 건설 산업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와 일방적인 책임 전가형 계약 구조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전문가들의 통렬한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토목학회와 한국건설관리학회는 17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기의 대한민국 인프라 건설: 제도와 규제 진단 및 선진화'를 주제로 제41회 건설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건설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건설 제도의 민낯을 드러내고 선진화를 위한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조훈희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은 1930년대 102층 규모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단 13개월 만에 완공된 사례를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조 회장은 "첨단 장비와 미사일 같은 기술을 갖고도 100년 전보다 공기가 느려진 것은 우리 산업을 옥죄는 규제의 아이러니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특히 안전과 환경을 명분으로 도입된 규제들이 현장에서 '안전을 핑계로 한 발목 잡기'로 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업 수익성이 1.8%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연구개발(R&D) 투자 저하와 품질·안전 위기가 반복되는 '데스 스파이럴(죽음의 나선)'에 진입했다"며 싱가포르처럼 기술 도입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거나 외국인 노동자 분담금을 혁신 기금으로 활용하는 등 '유인책'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제도는 옷과 같아서 시대에 맞게 갈아입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물량 중심의 예정 가격 산정이나 70년대식 대가 요율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보다 업무와 규제가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사람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대가를 현실화하고 간접비 산정 체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국내 계약 제도의 불합리성을 짚었다. 손윤기 (주)엔비코컨설턴트 대표는 노르웨이 현수교 프로젝트 사례를 들며 '엔지니어의 권한'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해외는 엔지니어가 계약에 참여해 리스크를 컨트롤하는 주체가 되지만, 한국은 모든 리스크를 시공자나 컨설턴트에게 떠넘긴다"고 말했다. 특히 "노르웨이는 설계 변경(VO)에 대한 예비비가 충분하고 엔지니어의 창의적 대안으로 공사비를 줄이면 그 이익을 공유하지만, 한국은 내역 제도가 너무 견고해 공무원들이 규책 사유를 우려해 시공사가 입을 닫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조성한 (주)GS건설 부사장도 "규제 강화는 선진국으로 가는 단계지만, 그에 상응하는 공사비와 공기(工期)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도심지 터널 공사를 예로 들며 "민원과 안전 규제로 실제 작업 시간은 하루 4~6시간에 불과하고,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노동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이러한 현장의 실태가 사업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시공사만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기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호주에서 수행 중인 조 단위 공사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생한 막대한 공사비 상승분의 50%를 계약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보전받았다"며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비 초과(코스트 오버런)의 아픔을 분담하는 '페인 셰어(Pain Share)' 모델 등 합리적인 리스크 셰어링 체계를 우리나라도 참조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술 전문가 존중'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상근 부회장은 "책임은 무겁고 권한은 없는 현재의 구조를 깨기 위해 '건설기술인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기술 전문가가 독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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