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용납 안 돼” 경고에도 타협 대신 대결로
美 국무부, 전쟁 발발 후 사우디 외교관에 첫 철수령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반미 성향의 인물이 최고지도자로 올라서면서 중동 정세가 더욱 긴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날 이슬람 성직자로 구성된 88명의 전문가 회의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새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전면적 충성을 맹세했다.
이로써 모즈타바는 이란의 세 번째 최고 지도자가 됐다. 또 1979년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붕괴한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사례다. 그는 이란의 새로운 종교적·정치적 권위자일 뿐만 아니라 군 총사령관으로서도 지휘봉을 잡게 된다.
모즈타바는 반미 성향의 보수파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그동안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과정에서 부모와 아내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 직속 정예 군사 조직인 IRGC와 밀접하게 연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승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정권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이란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미 강경파로 평가되는 최고지도자의 등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스라엘군은 후계자가 누구든 표적으로 삼겠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 파괴 계획을 계속 주도하고 미국과 자유 세계, 지역 국가들을 위협하며 자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선택한 어떤 지도자라도 그의 이름이나 숨어 있는 장소와 상관없이 암살의 확실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승계를 “체제 유지를 위해 타협 대신 대결을 선택한 결정”으로 해석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모즈타바를 후임자로 임명함으로써 강경파가 테헤란을 확고히 장악하게 됐다”며 “이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갈등을 재편하고 중동 너머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외교관들에게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철수령을 내렸다. 중동 정세가 추가로 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