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수주 구조인 조선은 상대적 수혜
"환헤지 전략 따라 체감 차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하면서 산업계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과 배터리 업계는 원가 부담 확대에 긴장하는 반면,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에게는 고환율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원재료를 달러로 수입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오르면 원가가 즉각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내수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유틸리티 비용과 원재료 조달 비용, 물류비 증가 등이 철강사의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내추럴 헤지’를 운영해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 수입 등 달러 지출을 상쇄하는 방식을 말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원료 구매나 물류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되지만 달러 수출 비중이 있는 만큼 내추럴 헤지로 일부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며 “원가와 매출 양쪽에서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도 환율 상승을 마냥 반기기 어렵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설비 투자와 원재료 구매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 재무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을 달러로 조달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반면 조선업계는 고환율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수주한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출 규모가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중동 긴장 고조로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경우 해운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이는 선박 발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선사별 환헤지 전략에 따라 실제 환율 수혜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환헤지 비율이 낮을수록 환율 상승 시 이익 확대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삼성중공업은 수주 대금을 대부분 선물환 계약으로 환헤지해 사실상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한다. HD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 약 45조180억 원 가운데 선물환 매도 규모가 약 141억 달러로 약 41% 수준의 환헤지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수주잔고 28조9044억 원 대비 선물환 매도 금액이 약 8억6466만 달러로 환헤지 비율이 약 3.7% 수준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달러 기반 계약 구조라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언급되지만 대부분 일정 수준 환헤지를 이미 하고 있어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와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별 여파는 더욱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쟁 초기에는 업종별로 긍정과 부정 효과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별 영향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