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제약산업계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도 사회적인 논의와 함께 제도 재검토 및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백종헌·한지아·안상훈 의원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 개편안의 전반적 방향을 짚으며 “제도 명분은 혁신 촉진과 합리적 약가 체계 확립이지만, 실제 내용은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인하, 사후 관리 강화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을 21번째 품목에서 11번째 품목으로 앞당기는 방안, 시장 연동형 실거래가 제도 도입, 급여 적정성 재평가 및 주기적 약가 조정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정책 패키지 전체가 약가를 낮추고자 하는 압력을 구조적으로 키우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등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유사한 구조의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단기적인 건강보험재정 절감 효과 이후 풍선 효과와 산업 위축이 나타났던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한국 제약산업은 제네릭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동시에 신약 개발을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제네릭 수익이 신약 연구개발의 재원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정책 설계에서 분리해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번 개편안에서는 제네릭을 ‘조정 대상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인상이 강하다”며 “제네릭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경우 신약 개발 생태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인사들은 현장에서 체감할 충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제약산업은 실패를 전제로 한 연구개발 산업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에서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라며 “제네릭 약가 인하가 현장에서는 20% 수준의 충격으로 체감될 수 있다. 그간 국가가 제약산업 보호를 잘 해해서 자립을 갖춰놨고, 이제 글로벌로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약가제도를 강행하면 외국계 제약사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기술수출 등을 통해 혁신 생태계로 전환 중”이라며 “제네릭 약가 인하를 전제로 한 개편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통해 연구개발과 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동구바이오 회장)은 “제네릭은 신약 개발을 위한 유일한 캐시카우”라며 “수익성 악화는 생산 포기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릭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신약 강국으로 가야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100% 공감하지만 방법과 속도는 고려해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안은 제약 강국 도약을 위한 인적 인프라를 훼손하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공급망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학계도 이번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약가제도를 개편하고자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네릭으로 재정 절감을 실현한 적이 없다”며 “총 약품비는 가격과 사용량의 곱으로 결정되는데, 가격을 낮추면 사용량이 늘어 비용이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가격 인하 자체보다 가격 경쟁이 실제 처방량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시장 규칙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이번 개편은 약재비 절감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신약 접근성과 필수·제네릭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함께 담보하며 혁신생태계 구축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장방지 의약품 원가 보전 기준 현실화, 국산 원료 사용 우대, 기등재 약제 조정 시 공급 안정이 필요한 품목에 대한 고려 등에 대해서도 계획하고 있다. 각계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심사숙고해서 좋은 안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백종헌 의원은 “재정 절감만을 정책 중심에 두는 약가 인하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숫자와 단기 재정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과 산업, 미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