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예측·맞춤치료까지”…마이크로바이옴, 의료 패러다임 바꾼다

입력 2026-06-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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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코엑스에서 IHMC 2026 개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HMC2026에서 글로벌 석학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HMC2026에서 글로벌 석학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 치료를 넘어 예방과 예측의 영역까지 확장하며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석학들은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비만, 파킨슨병, 암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구현할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과 이들의 유전정보, 대사산물을 통칭한다. 장내 미생물은 영양소 대사와 면역 조절,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2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리바이오타(Rebyot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산업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HMC 2026)’에서는 세계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자들이 참석해 최신 연구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공유했다.

루스 레이(Ruth E. Ley)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학연구소 교수는 “초기 연구가 특정 미생물과 질병 간 연관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유전자와 미생물 간 생물학적 경로가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규명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실제 치료 표적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롭 나이트(Rob Knight)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교수는 “AI는 방대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위험 패턴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구축 속도가 매우 빠른 국가다. 국민건강보험 체계와 비교적 일관된 식습관은 대규모 표준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한 가치로 꼽혔다. 스타니슬라브 뒤스코 에를리히(Stanislav Dusko Ehrlich) UCL 명예교수는 “겉으로는 건강하더라도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마이크로바이옴 특성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질병 위험군을 선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좋은 식습관과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 위험을 낮추고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료보다 예방 의학 영역에서 더욱 큰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란 시걸(Eran Segal)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유전자보다 변화 가능한 환경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걸 교수는 “유전자는 바꾸기 어렵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식이와 생활습관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의학적 가치가 크다”면서 “사람마다 고유한 미생물 조합을 가지고 있어 동일한 치료에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개인별 건강관리와 맞춤형 예방·치료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광표 IHMC 2026 조직위원장(고바이오랩 대표)은 “과거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효과를 현상적으로 관찰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분자 수준에서까지 작용 기전이 빠르게 밝혀지고 있다”며 “적응증도 자가면역질환과 대사질환, 면역질환, 파킨슨병 등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미충족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달리티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다른 첨단 바이오 분야와 비교해 한국과 선진국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분야”라며 “이번 학회를 통해 국내 연구 수준이 한층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고 난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할 때부터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 분야의 핵심 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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