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덜 먹지만, 쌀은 더 쓴다⋯쌀 소비 구조 재편

입력 2026-01-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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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8g까지 줄어든 밥 소비, 30년 만에 절반 수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쌀을 살펴보고 있다. (이투데이DB)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쌀을 살펴보고 있다. (이투데이DB)
밥상에서 쌀 소비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가공식품까지 포함해 보면 쌀 소비의 흐름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밥으로 먹는 쌀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쌀은 오히려 늘면서 쌀 소비 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48g으로 집계됐다. 한 공기를 100g으로 보면 하루 한 공기 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끼니 기준으로 따지면 한 끼에 반 공기도 안 되는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감소 폭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kg이다. 30년 전 106.5kg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 수준이다. 식생활의 서구화, 외식과 배달 음식 증가, 1인 가구 확대, 다이어트 트렌드 등이 맞물리며 밥 중심 식단이 구조적으로 약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침 결식 비율이 높아지고, 면류나 빵류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늘면서 밥 소비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인식하던 식문화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쌀 소비를 밥상 위에서만 보면 실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공식품과 음료 제조에 사용되는 쌀 소비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식료품과 음료 제조업에서 사용된 쌀 소비량은 93만2102톤으로 전년 대비 7%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식료품 제조용 쌀은 13% 늘었고, 음료 제조용 쌀은 5% 줄었다.

즉 밥으로 먹는 쌀은 줄었지만, 가공식품 원료로 쓰이는 쌀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떡류, 즉석밥, 쌀과자, 쌀면, 냉동식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쌀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쌀이 더 이상 밥에만 쓰이는 식재료가 아니라 식품 산업 전반의 원료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쌀 정책의 방향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쌀 정책은 밥 소비 감소를 전제로 한 생산 조정과 재고 관리에 집중됐다. 그러나 가공용 쌀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는 만큼, 쌀 소비 감소를 단순한 위축이 아닌 소비 구조 변화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쌀 소비 확대는 밥을 더 먹자는 접근이 아니라, 쌀을 가공식품 산업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비 기반을 넓히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원료용 쌀은 밀가루 등 대체 원료와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과 공급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 수입되는 최소시장접근(MMA) 쌀을 가공용으로 우선 흡수하면 쌀 소비 기반이 확대되고, 이는 국산쌀 소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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