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혁 기조와 맞물린 ‘농협 개혁’ 분기점

농협중앙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농협 지배구조 전반을 겨냥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됐다. 겸직과 보수, 선출 방식, 내부 통제 등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구조적 문제를 제도 차원에서 손보겠다는 선언으로, 농협개혁위원회 출범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첫 공식 신호로 해석된다.
13일 농협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 따르면, 개혁위의 핵심 과제는 중앙회장 중심으로 집중돼 온 권한 구조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에 가까운 지위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인사·보수·겸직·직상금 집행 등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도 겸직 관행과 보수 구조, 내부 통제 미흡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면서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이 개혁의 출발점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부 인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의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해 “농협은 협동조합인데, 조합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도가 미비해 협동조합 정신을 어그러뜨리는 부분은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구조적 개편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겸직 문제는 협동조합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으로 꼽힌다. 농협은 조합원이 만든 조직이지만, 중앙회장이 계열 조직이나 유관 기관의 장을 겸임하며 고액 보수를 받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조합원 통제와 민주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개혁위 논의에서는 중앙회장 겸직 제한과 보수 체계의 명문화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송 장관은 “자금 흐름 같은 중요한 사안을 소수 간부만 알고 결정하는 구조는 조합원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개인 누구를 어떻게 하겠다는 접근은 아니다”라며 제도 개선에 초점을 뒀다.
선출 구조 역시 손질 대상이다. 중앙회장 선거는 조합장 간 간선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그간 선거비용 부담과 조직 동원, 금품·향응 논란이 반복돼 왔다. 사과문에서도 개혁위가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농·축협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 선거제도 전반을 개선 과제로 삼겠다고 명시됐다.
내부 통제 강화도 주요 과제다. 감사 결과에서는 내부 감사기구의 독립성 부족과 예산·경비 집행의 불투명성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농협은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혁위를 통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혁의 실효성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농협이 조합원 자율 조직인 만큼, 개혁안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합원과 지역 농·축협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위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선출 구조와 권한 배분, 내부 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농협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