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국과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다카이치 총리에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단 다카이치 총리에게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일본 총리의 국내 정치적 제약도 이해하고 있으며, 발언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는 배경 하에 대만 관련 발언의 톤을 누그러뜨리라고 권고했다고 미국 측 관계자는 WSJ에 설명했다.
직전에 이뤄진 미중 정상 간의 1시간가량의 통화에서 시 주석은 절반 이상의 시간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영유권 주장과 미·중이 세계 질서를 함께 관리해야 할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압박을 반영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관계를 다지는 민감한 시기에 시 주석을 격분시켰다. 앞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답변 과정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경제·외교적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먼저 통화하고 그 다음 일본과 통화한 순서가 일본에서 의구심을 자아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위해 동맹국인 일본의 민감한 전략적 입장을 조절하려는 신호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동맹인 일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튜 굿맨 전 오바마 행정부 아시아 담당자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지도자 모두와 통화하는 건 놀랍지 않지만 통화 순서는 일본의 눈총을 불러올 수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을 두둔한 배경으로는 ‘미국산 대두(大豆)의 중국 수출’ 문제가 꼽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기자들에게 “시 주석에게 대두 구매를 좀 더 빨리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고, 시 주석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