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BIFF 시작 알린 '어쩔수가없다'⋯"시간이 흘러도 자기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

입력 2025-09-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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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영화가 필요로 하는 모든 환경을 다 갖춘 곳이다. 영화제를 하기에도, 시나리오를 쓰기에도, 영화를 만들기에도 최고의 도시다.

▲박찬욱 감독이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이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영화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은 맡은 박찬욱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어서 참 감개무량하다"라며 "내 영화가 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서 설렌다. 30주년이라고 하니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아주실지 떨리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회사에서 일하던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그는 재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만수가 고안한 극단적 방법은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 그는 허위 채용 공고를 내 이력서를 모은 뒤, 자신처럼 제지 회사에서 해고당한 이들을 하나씩 찾아가 살해한다.

이 작품은 박찬욱이 그려낸 21세기 노동 영화처럼 보인다. 만수가 구조적 불평등과 맞서 싸우는 대신, 자신과 같은 처지의 무고한 시민들을 처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데서 영화의 비극성이 발생한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만수의 참혹한 현실을 특유의 익살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다. 경쟁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만수가 보이는 행동은 엉뚱하면서도 기괴한 유머를 띤다. 이 같은 유머가 만수의 절망을 더 아이러니하게 부각시킨다. 웃음과 불편함이 교차하는 순간 관객은 자본주의의 잔혹한 얼굴을 목격하게 된다.

또한 '어쩔수가없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경유해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노동 시장의 불균형성을 이야기한다. 박 감독은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되어서 바깥으로도 향하고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그런 영화"라며 "가족을 지키겠다는 아주 순수한 동기에서, 그 직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일이 점차 타락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쩔수가없다'에는 영화의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 만드는 일은 OTT가 범람하는 시대에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일과 묘하게 겹친다. 영화에는 해고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진 만수 가족이 넷플릭스를 해지하자는 코믹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박 감독은 "영화 만드는 일도 어찌 보면 삶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다. 그냥 2시간짜리 오락 거리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일에 정말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부어서 인생을 통째로 걸고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영화 업계가 어렵고, 우리나라가 조금 더 다른 나라보다 더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딘 상태"라며 "이 영화가 늪에서 좀 빠져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드디어 재취업에 성공한 만수는 자동화된 기계와 함께 현장을 누빈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따라 인간의 노동 양상이 변하는 흐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 감독은 "시간이 흘러도 자기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라며 "가부장적인 제도와 아래에 있는 만수라는 사람의 한계나 어리석음 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나라 관객보다 여러분들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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