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정기국회가 1일 개회와 함께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최대 쟁점은 단연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다. 이재명 정부가 첫 예산안에서 ‘확장재정’ 기조를 정면에 내세운 반면 국민의힘은 “빚잔치 예산안”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삭감을 벼르고 있다. 이와 함께 상법·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처리, 인사청문회 등 쟁점 현안이 산적해 여야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54조7000억 원(8.1%) 늘었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서 확장재정으로의 전환이다.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등에 투입하는 예산을 대폭 늘려 ‘선도경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내년 총수입은 674조2000억 원으로 3.5% 늘려 잡았고, 적자 국채 발행액은 11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1415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까지 치솟게 돼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예산 기조가 민생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2026년 예산안 당정 협의회’에서 “재정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가 너무 어렵고 민생은 더 어렵다”며 “지난 정부에서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민주권정부에서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국정철학에 맞춰 재정이 국민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논리다.
이에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사회안전망 강화, 경기 회복용 재정투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을 ‘국민부담가중 청구서’로 규정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예산으로 규정, 적극 삭감할 방침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100조 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1조 원이 편성된 것을 겨냥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는 “정부의 정책펀드 사업들은 투자 수익률이 민간 벤처캐피탈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며 “무턱대고 정책 펀드 규모를 늘리는 것은 혈세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 펀드의 경우 4년이 지난 올해 만기가 도래했지만 자펀드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 30% 이하를 기록하는 등 수익률이 예금이자보다 못하다”며 “말로는 ‘국민성장펀드’라고 하지만 ‘국민깡통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디지털·그린 등 뉴딜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예산안 공방과 맞물려 상법·공공기관운영법 개정 등 입법 처리는 또 다른 전선이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의 후속 입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당내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배임죄 완화 등 경제 형벌을 완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 등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다. 대통령과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운법)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포이즌필(경영권 침해 시도에 맞서 기존 주주가 시세보다 싸게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차등의결권(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추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배임죄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과 세 부담 적정화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병행 추진하며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기국회 예산 심의는 9월 국회 제출 후 상임위·예결특위를 거쳐 12월 2일 법정 시한까지 이어진다. 민주당은 절대 의석을 무기로 예산안 강행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운영 보이콧에 장외 투쟁까지 예고한 만큼 극한 대치가 불가피하다. 이번 정기국회는 사실상 이재명 정부 확장재정 노선에 대한 ‘국민 심판대’ 성격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