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시멘트에 갇힌 공간⋯‘서울숲의 심장’ 되다[서울 복합개발 리포트 ⑳-끝]

입력 2026-06-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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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표레미콘 부지, 복합개발 시동
강남ㆍ북 잇는 동북권 최고의 요지
4년 전 공장 철거 후 정화작업 한창
6000억원 역대급 공공기여 확보
최고 79층⋯성수 랜드마크 기대감
이달 중 통합심의 일정 조율 중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부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부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를 통해 나와 서울숲을 가로질러 한강 변 쪽으로 20분가량 걸으면 착공을 준비 중인 공사 현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동구 성수동 1가 683번지 일대 옛 삼표레미콘 부지다. 이곳은 1977년부터 약 45년간 레미콘 공장으로 운영되다가 2022년 철거가 완료됐다. 현재 토양오염 정화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영동대교, 성수대교, 용비교가 인접해 강남·북을 잇는 동북권 최고의 요지로 꼽힌다.

공사 현장에서 서울숲 쪽을 바라보면 성수동의 상징인 '트리마제'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정면으로 보인다. 평일 낮임에도 서울숲 주변을 거니는 나들이객과 다양한 연령대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최 모 씨(여성)는 "개발되면 성수동이 더 발전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SOM 디자인 입은 '서울숲의 심장'⋯79층 스카이라인 재편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규제와 이해관계 속에 장기 표류하던 삼표레미콘 부지가 최고 79층 규모의 업무·상업·문화·주거가 융합된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의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서울시가 '서울숲 일대 지구단위계획 및 삼표레미콘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을 확정 고시하고, 사업시행자인 SP성수PFV(삼표산업 등)와 '건축혁신형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지은 결과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건축사사무소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가 맡았다. KPF는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설계사다. 해당 부지에는 79층 규모의 주거동과 54층 규모의 업무복합동으로 구성된 복합단지 등 총 2개동이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용적률 921.13%를 적용받는 이 부지에는 성수 지역의 업무기능 강화를 위해 업무시설 의무 비율이 35% 이상 반영된다. 중층부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호텔,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저층부(지상 1~3층)에는 판매·문화시설이 배치된다. 최상층에는 서울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개방형 전망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국제평가인증제도인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친환경 건축물로 건립된다.

6000억 역대급 공공기여⋯성수대교 램프 신설 등 인프라 혁신

이번 개발의 또 다른 축은 6000억원을 웃도는 막대한 규모의 공공기여 활용 계획이다. 최종 확정된 공공기여 총액은 약 6081억원(측량 정정 반영)으로 서울시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 중에서도 역대급 규모다.

우선 연면적 5만3000㎡ 규모의 '유니콘 창업허브' 조성에 2261억원이 투입된다. 성수 IT산업개발진흥지구 등 주변 준공업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연계해 글로벌 업무지구로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단지와 서울숲, 한강변의 보행 흐름을 하나로 묶기 위해 1356억원을 들여 대규모 '입체보행공원'과 연결통로를 신설한다.

공공기여 가운데 약 2338억원 규모의 현금 기여분은 교통 인프라 개선과 서울숲 일대 재정비 등에 활용된다. 성수대교 북단 램프 신설, 용비교 진출입 체계 개선, 응봉교 보행교 설치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A 씨는 "성수동 일대는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이면 차량 정체가 심각한 편"이라며 "이번 공공기여 재원으로 성수대교 북단이나 용비교 램프가 새로 깔리고 도로가 정비되면 인근 주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심의·군 협의 순항⋯이르면 연말 '첫 삽' 목표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부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삼표레미콘 복합개발 부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건축 고도에 따른 심의 지연 우려에 대해 서울시와 삼표그룹은 인허가 절차가 정상 궤도에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 통합건축심의에서는 피난시설과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한 보완 의견이 제시됐으나, 이는 초고층 건축물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검토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전역은 대공방어 협조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정 고도를 초과하는 건축물은 관할 부대 협의가 필요한데, 대공포 진지를 옥상 층에 설치하거나 공군 레이더 영향성 등을 조율해달라는 일상적인 의견이 국방부로부터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도방위사령부, 공군 등 여러 관할 부대와 사업자와 조율하고 있다"며 "6월 중 통합심의를 받으려고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표그룹 측도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보완 사항을 반영해 하반기 내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연말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앤리치 쏠리는 성수⋯기대감 확대

시장에서는 삼표부지 개발과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서울숲 일대 개발 사업이 맞물리면서 성수동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B 씨는 "전통적인 '올드머니' 자산가들이 여전히 압구정이나 반포 등 강남권에 머무는 반면 최근 주식이나 코인 등으로 신흥 부를 축적한 젊은 자산가(영앤리치)들은 힙한 문화와 연무장길 상권 등 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성수동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미 초고가 시세를 형성 중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트리마제 등에 더해 삼표부지와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재를 주고받으며 강남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강 변 최고의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성수동 삼표부지 개발은 업무와 상업, 문화 인프라가 결합된 초고층 복합개발이라는 점에서 성수동이 가진 기존의 입지적 강점을 한 단계 더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목할 점은 공공기여를 통해 삼표부지와 맞은편 응봉동 일대를 잇는 보행교(연립교) 등이 신설된다는 사실"이라며 "그동안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성수동과 응봉동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상당했는데, 개발이 본격화되고 보행 네트워크가 실현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응봉동 일대 구축 단지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가격 격차를 빠르게 좁혀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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