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 ETF 승인 기대감 확산…한국은 제도 기반 여전히 미비
국내 신탁 구조·기초지수 산정 등 과제…정치권은 조속 도입 촉구

미국이 알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한층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9~10월 중 알트코인 현물 ETF가 대거 승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한국은 제도 기반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일반 상장 기준' 도입을 위한 규정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 파생상품 거래소에서 6개월 이상 선물 거래가 이뤄진 가상자산은 SEC의 개별 심사 없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자회사인 Cboe BZX 거래소에 ETP로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수석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해 리플(XRP),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등 총 12개 안팎으로 예상된다.
또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에 대한 옵션 거래 확대가 허용된 점도 주목된다. 이는 비트코인 ETF에 대한 제도적 안정성이 강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알트코인 ETF 승인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알트코인 옥석 가리기를 위한 미국 내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9~10월 중 알트코인 현물 ETF가 대거 승인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반면 한국은 가상자산 ETF 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 마련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6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ETF 도입을 포함해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현재는 조직 개편 논의로 인해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ETF 도입 이전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가상자산이 ETF의 기초자산으로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김준영 김앤장 변호사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기초자산 여부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이 같은 배경에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률상 가상자산이 신탁 대상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가상자산의 보관과 관리를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사업자 중 누가 담당할지에 대한 역할 정립과 이에 따른 신탁업 인가 라이선스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ETF 설정을 위한 신뢰도 높은 기초지수 산출 체계 마련도 요구된다. 국내외 어느 거래소 시세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어떤 산출 방식을 적용할지 등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계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와 함께 한국형 비트코인 현물 ETF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권은 지나친 신중론이 제도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신중론만 되풀이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방향도 중요하지만 속도전이 필요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조속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가상자산 ETF의 도입은 단순한 투자상품 확대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변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 부서장은 “가상자산 ETF는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시스템 전환을 의미한다”라며 “시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거래량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자본시장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