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있는데⋯“이중규제 말고 실효성 높여야”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다수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3%대를 넘지 못하는 데다,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과징금을 맞았다가 자칫 도산할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국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발주자·시공자·감리자 등 건설 전 과정의 책임 주체들에게 형사·행정상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 등에게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의 3% 이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발주·설계·시공·감리자가 사망사고에 연루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 의원은 이 법안의 취지에 대해 “실제 사고로 인한 책임은 상대적으로 권한이 적은 하수급 시공자와 건설종사자들이 지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주자, 시공자 등 상대적으로 권한이 큰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고 후 치를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해 안전관리 투자를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 등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인 만큼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건설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대를 넘는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5.4%)과 HDC현대산업개발(4.3%) 정도다. 대우건설(3.8%), DL이앤씨(3.3%), GS건설(2.2%) 등 다른 주요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3%대를 넘기지 못했고, 현대건설은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3%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1년 제재는 폐업하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중소·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이 정도의 과징금을 받으면 버텨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 상태에서 또 한 번 안전 강화법이 나오면서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된 후에도 인명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으면서 규제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경찰이 나와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제재도 받는데 비슷한 규제가 또 생기면 이중 삼중 규제가 아니냐”며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도 인명 사고가 줄지 않았다면, 현재 있는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