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SK텔레콤이 최고 단계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각종 대책 마련에도 가입자 이탈이 거세지고 있고, 현장 대응에도 부족한 물량 등으로 불만을 내비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3일 통신업계 및 SK텔레콤에 따르면 유영상 SKT 대표는 전날 오후 사내게시판에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지문을 게시했다.
유 대표는 공지문을 통해 “지금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의 일상과 감정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그로 인해 우리가 쌓아온 고객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한 유 대표는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체 임원들에게 주말 포함 매일 오전 7시까지 출근하도록 독려했다. 임원들은 주말과 연휴 기간을 포함해 매일 오전 7시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사태 해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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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해킹 사태 직후 실행된 리스크 관리 체계 역시 확대해 대표 직속으로 ‘전사비상경영 테스크포스(TF)’도 본격 가동한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최근 사내망에 리스크 매니지먼트(RM) 상황실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고객 대상 유심 교체 지원 인력도 늘릴 방침이다. 연휴 동안 고객 지원을 위해 전체 임원을 대리점이나 공항 등 유심 교체 현장에 직접 투입하는 동시에 모든 구성원에게도 고객 보호를 위한 현장 지원 활동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 대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서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라며 “단지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경영 활동을 고객과 현장에 최우선을 두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달 18일 발생한 유심 정보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지속 커지고 있다. 고객들에게 소식이 알려지고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달 28일에만 3만4000명 이상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혼란이 해결되기 전까지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유심 교체와 관련한 혼란이 해소될 때까지 SK텔레콤이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없도록 행정 지도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