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미·중 관세 갈등 속에 9만5000달러를 터치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금 활황을 띄는 추세죠.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현재 어떠한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는데요. 코인마켓캡, 코인게코에서는 시가총액 100위권의 국내 프로젝트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가상자산 시장 초기에 업계를 주도해온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형 이더리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이콘', 테라 폼랩스의 테라-루나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국제무대를 두드렸는데요.
아이콘과 코스모스는 각각 이더리움을 보완하는 '메인넷'이라는 카테고리의 프로젝트로 탄생하면서 기술력도 입증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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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 시가총액은 약 40억 달러에 달하며 코인마켓캡 기준 상위 2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블록체인 시범 사업에 참여하며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요. 서울시의 블록체인 기반 행정 서비스와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금융기관과의 협업은 아이콘의 실용성을 입증했죠.
여기에 테라-루나의 전 세계적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명성이 오르게 되죠.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인 코인과 달리 달러, 유로화 등 특정 자산에 가격을 연동해 변동성을 줄인 가상자산인데요.
테라USD는 1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돼있는데, 테라USD가 발행되는 만큼 달러화를 예치해두는 대신 비트코인을 예치합니다. 가격은 달러에 묶여있지만, 비트코인이 사실상 테라USD의 가치를 담았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 발행사인 테라 폼랩스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루나를 예치(스테이킹)하면 스테이블 코인인 UST를 대출하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요. 예치한 자산에는 20%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해 투자자를 끌어모았습니다. 이로 인해 테라는 2018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2021년 시가총액 400억 달러를 돌파, 코인마켓캡 상위 10위권에 진입했죠.
이 기간 가상자산 시장의 호황과 테라-루나의 성공은 국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과 실생활 사용을 강점으로 내세운 카카오(클레이튼)와 네이버(핀시아)를 필두로 위메이드(위믹스), 컴투스(엑스플라), 넷마블(마브렉스)은 게임과 연동한 플레이 투 언(P2E) 모델을 개척하게 됩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더라도 트레이딩, 예치, 온체인 분석,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들어서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황금기를 구축하게 됩니다.
사실 테라는 심각한 결함을 갖게 되며 급락하게 됩니다. 불안정한 알고리즘 설계로 인해 테라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치를 보존해야 할 루나 가격이 내려가면서 테라 또한 연동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동반 하락한 것인데요.
또한, 앵커 프로토콜의 높은 이자율은 지속 불가능한 모델로 대규모 뱅크런을 발생시켰고, 급속도로 무너지게 됩니다. 테라는 한순간에 가격이 0.000001원대로 떨어졌고, 국내 피해자만 30만 명에 달했으며 피해액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국내 프로젝트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죠.
테라-루나 사태로 당국이 급하게 진화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급속대로 냉각되는데요. 대기업인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네이버의 라인은 규제로 인해 별다른 사업을 해보지도 못했죠. 컴투스와 넷마블은 P2E 프로젝트를 통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게임'이라는 한계 속에 기대만큼의 성장을 일궈내지 못했는데요.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을 통해 ‘미르4’와 같은 P2E 게임을 성공시키며 2021년 시가총액 50위권에 진입했는데요. 영광도 잠시, 위메이드는 새로 런칭한 디파이 프로젝트 클레바 폭락 사태를 비롯해 잦은 네트워크 해킹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죠.
컴투스와 넷마블 역시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A3: 스틸 얼라이브' 등 P2E 게임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그러나 P2E 모델은 '급하게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한계 속에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토큰 가치 하락, 게임 내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용자 이탈로 인해 초기 인기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다날은 페이코인을 통해 가상자산 기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는데요. 이조차 막히고 맙니다. 페이코인은 국내 주요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제한된 사용처와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대중화에 실패했죠.
하루인베스트는 싱가포르 기반의 한국 가상자산 운용 플랫폼으로, 최대 12%의 연 수익률을 광고하며 8만 명 이상의 고객 자산을 관리했는데요. 2023년 위탁 운용사 B&S 홀딩스가 허위 보고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예치·출금 서비스를 중단하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약 9억6200만 달러)으로, 약 1만6000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데요.
이로 인해 하루인베스트에 자금을 맡겼던 델리오도 영향을 받게 됨과 동시에 고위험 자산 운용 및 불투명한 자금 관리 리스크를 앉고 파산하게 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예치업이 금지됐죠.
델리오와 하루인베스트 사태는 국내 무대는 물론 국제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또한, 두 번의 쇼크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실낱같은 희망은 있는데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합한 카이아, 사업 방향을 바꾼 페이코인, P2E를 지향하는 위믹스, 엑스플라, 마브렉스 등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들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는데요. 유망 프로젝트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토큰 경제, 투명한 운영, 규제 준수,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죠.
과연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가뭄을 보내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