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소설 ‘미키7’과 영화 ‘미키17’의 차이점 몇 가지

입력 2025-04-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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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립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명예교수

<‘미키 17’, 봉준호 감독, 2025년>

소설에서는 각 미키들의 성격이 다르지 않다. 이것은 당연하다. 모든 기억과 몸의 세포 하나까지 정확히 복제하는데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17과 18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18이 훨씬 공격적이다. 그리고 이전의 미키들도 성격이 다양했다는 미키의 내레이션이 나온다(그런데 그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고 연인 나샤의 말을 인용한다. 왜일까. 자신도 이전의 미키들을 기억할 텐데 말이다). 극적 재미를 위해 17과 18의 성격을 대립시키고, 일관성을 위해 이전 미키들도 다양했다는 설정을 한 것일 테다.

영화에서는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라는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러나 소설에는 그런 부분이 없다. 이 역시 당연하다. 죽기 전에 기억을 업로드하기 때문이다(영화에선 죽기 전에 업로드한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진 않지만, 그런 업로드 장면이 나온다). 죽음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없다. 물론 그 직전의 공포나 고통은 기억할 수 있지만 그런 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보통 인간한테서도 얘기 들을 수 있다. 아무튼 죽는 게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이 처음에는 재미있었으나 반복되자 다소 공허하게 들렸다. 그냥 의식을 잃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더구나 미키는 그 과정을 많이 겪었으므로 관객은 그의 ‘죽음’에 절실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게 된다. 게임 캐릭터가 죽었다 살아났다 하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영화에서는 행성의 원주민(크리퍼스)이 너무 막강하다. 인간들을 단번에 해칠 능력이 있다.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하지 않을 뿐이다. 반면 소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첨단 총에는 끄떡없지만 구식 총에 의해서는 파괴된다. 그리고 우두머리와 나머지 무리의 관계도 다르다. 소설에서는 우두머리만 정신(mind)을 갖고 있고 나머지 작은 크리퍼들은 의식이 없다. 우두머리에 의해 조종되는 자동기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작은 크리퍼들이 우두머리의 새끼인 것 같다. 그 수백, 수천 마리가 전부 우두머리의 새끼다? 그건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그 각각에 인간 부모가 자식에게 보이는 것 같은 애착을 보이는 건 공감이 잘 안된다.

영화에서 빠진 원작의 요소 중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아이덴티티(동일성)의 문제일 것이다. 소설에서도 소개되듯이, ‘테세우스의 배’라는 유명한 고대 이야기가 있다. 한 배의 부품이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교체되어 나중엔 처음의 부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면 그건 같은 배인가? 철학자들은 대부분 같은, 동일한 배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조금씩 교체하지 않고 원래 배를 완전히 파괴한 후 새로운 부품들로 똑같이 만들면 그래도 같은 배인가? 쉽지 않은 문제다.

미키와 다음 미키 사이의 관계가 그와 같다. 그 전환이 불연속적인데 그래도 동일인인가? 철학자들은 어떻게 답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 심리로 봤을 때는 그 시간적 갭이 크지 않다면 동일인이라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소설/영화 ‘미키’에서는 그렇다. 예를 들어 미키 6은 죽으면서 미키 7로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키 17과 18(소설에서는 7과 8)이 착오로 공존하면서 발생한다. 17과 18이 동일인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17이 죽는다면 ‘18이 나의 연속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 18이 17을 사이클러에 빠뜨려 죽이려 할 때 17이 ‘이번은 진짜 끝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18이 17의 연속이 아니라는 게 정말 확실한가? 영화에선 둘의 성격이 매우 다른데, 성격이 똑같다고 하자. 그러면 17은 죽으면서 자신이 18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17이 죽은 후에 18이 나온 것과 얼마나 큰 차이인가? 이런 건 매우 흥미 있는 주제인데 영화에선 액션 속에 묻힌 느낌이다.

소설에 재미있는 대사가 하나 있다. 7이 옷을 벗은 8을 보면서 ‘내가 벗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묘하다’고 말한다. 거울 이미지가 실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살렸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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