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Z세대가 K콘텐츠를 즐기는 방법

입력 2025-04-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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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짧고 빠르고 감각적인 콘텐츠 소비
참여 문화로 재구성돼 세계로 확장
제작·향유자 혼재…공존방법 찾아야

챗GPT로 ‘지브리’ 그리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명령만 내리면 된다.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자신만의 수많은 밈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는 점점 밈과 쇼츠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는 짧게 잘리고 리믹스되어 밈으로 재탄생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쇼트폼이 되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Z세대의 콘텐츠 향유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다.

Z세대는 스마트폰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재가공하고, 유통한다. 과거 한류가 K팝과 K드라마 중심의 장르콘텐츠라면, 이제는 ‘밈’ ‘쇼트폼’ ‘챌린지’ 같은 Z세대 특유의 소통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K콘텐츠는 더 이상 ‘국가가 수출하는 문화상품’이 아니다.

Z세대는 서사보다 순간을 즐긴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정주행하기보다 짧은 클립을 유튜브에서 먼저 본다. 음반 전체보다 틱톡(TikTok)에서 유행하는 15초짜리 후렴구에 반응한다. 아이돌 콘서트의 무대는 ‘1분 직캠’ ‘엔딩 요정’ 같은 짧은 이미지로 향유한다. Z세대가 K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은 빠르고, 감각적이며, 참여적이다.

이런 변화는 K콘텐츠의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잘 짜인 캐릭터와 완벽한 스토리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클립 콘텐츠’와 ‘모멘트 중심’의 기획이 힘을 얻는다. 기획사는 플랫폼 성격에 맞춰 콘텐츠를 쪼개고, 밈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끌어낸다. 제작자는 대사 한 마디, 이미지 한 컷이 짧은 영상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연출에 힘을 쏟는다. 오늘날 콘텐츠는 이렇게 최초의 소비 ‘이후’의 유통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Z세대는 동시대 콘텐츠를 즐기는 집단을 대표한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향유자다. 밈을 만들어 내고 널리 퍼뜨리면서 즐겁게 논다. 이들은 콘텐츠에 반응하여 리액션하고, 리믹스하고, 리메이크한다. 기성 콘텐츠를 패러디하고, 자막을 붙이고, 댓글을 통해 재해석한다. 이런 참여의 구조 때문에 K팝과 K드라마는 특정 플랫폼을 벗어나, 수많은 변형을 거치면서 세계의 문화로 확장된다.

문화연구자 헨리 젠킨스는 이를 ‘참여 문화’라 부른다. 그는 팬들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공동 생산자(co-creators)’라고 강조한다. 팬덤에 의해 콘텐츠가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이런 참여가 실현된다. 이는 K콘텐츠가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서, 소셜 미디어에 힘입어 다변화하는 문화콘텐츠의 생산 구조를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물론 전통적인 제작자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다. 더 이상 작가의 메시지는 온전한 형태로 남지 않는다. 팬덤과 커뮤니티는 그 의미를 재조립하면서 문화콘텐츠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해받는 콘텐츠’보다 ‘참여하는 콘텐츠’가 강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K콘텐츠는 이제 Z세대의 언어를 학습하면서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Z세대의 K콘텐츠는 끊임없이 흘러간다. 고정된 팬덤이나 고전적인 감상보다, 순간적이고 유동적인 실천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들은 콘텐츠의 완결된 의미보다, 자신의 정서에 부합하는 조각을 골라 즐기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문화는 흘러가고 향유는 변주된다. 이제 K콘텐츠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반응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이는 제작자와 향유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종의 게임이다. Z세대는 이 게임의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다. 그들은 클릭, 댓글, 리믹스를 통해 K콘텐츠를 ‘함께 쓰는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 이 순간에도 K콘텐츠의 언어는 다시 쓰이고 있다. 그 언어는 점점 더 짧고, 더 빠르고, 더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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