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어’ 금리 인하 기대에 자금조달 비용↓

미국발(發) 관세 충격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계속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SK네트웍스는 2년물과 3년물, 5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4100억 원 매수 주문을 받았다. 목표액(1500억 원)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같은 날 LX인터내셔널 수요예측에서도 1500억 원 모집에 1조28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앞서 삼천리(1조100억 원), CJ제일제당(1조3000억 원), 고려아연(1조1600억 원) 등도 수요예측에서 흥행했다. 특히 신용등급 AA-(LX인터내셔널·SK네트웍스), A+(세아제강), AA(CJ제일제당), A+(LX하우시스), AA+(고려아연·삼천리) 등에 걸쳐 우량채에서 폭넓은 수요가 나타났다. 지난달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사태 이후 BBB급 비우량채는 잇따른 미매각을 빚고 이달 들어 수요예측이 진행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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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채가 시장에 나온 매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무리 없이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시장금리도 덩달아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요소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른 관세 충격에 연준이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고심하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날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다음 달 7일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2.7%로, 6월 18일 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69.4%로 각각 반영 중이다.
실제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을 제외하면 그 수준 자체는 비교적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일(현지시간) 1월에 비해 약 0.8%포인트 하락한 3.9%까지 밀렸다. 이후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4.5%를 넘겼다가 하루 만인 10일 4.3%까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국내 국채 금리와 시장금리도 미 국채 금리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03%로 전날에 비해 0.029%포인트 하락했다. 1월 2.888%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7일(2.466%)을 제외하고는 2.6~2.7%대를 유지했다.
정형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 수준은 꾸준히 하락했으며 이런 경로에 대한 확신은 재정 우려가 큰 대형 자금 풀(pool)의 레버리지 수요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며 “국채 시장에 대한 레버리지성 자금 집행이 수익률 추구 현상과 맞물리며 크레딧 센티먼트(투자심리)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