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모범ㆍ미흡사례 적시…필요한 정보공개”

10일, 23개 자산운용사 CEO와의 간담회
주주이익 보호ㆍ기업지배구조 개선 결실 맺지 못해
정치적 이해 접고 입법 시급
신인의무 이행ㆍ건전한 시장 질서 주문
펀드 관리체계 점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 전쟁 등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에 있다며 위기돌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23개 자산운용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과제인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여기서 멈춰설 수 없고, 또한 소모적 논쟁으로 낭비될 여유가 우리 자본시장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 등은 접어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고객 최선의 이익(신인의무의 충실한 이행)’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일부 대주주･임직원의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사례를 적시하고, 향후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업계도 조직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대형사 간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기본 업무인 펀드가격(NAV) 오류가 반복되어 투자자 신뢰 훼손 우려가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펀드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리체계 점검과 별도로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업무원칙 및 내부규율 재정립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주요국이 운용산업 고도화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국내 운용업계는 여전히 한정된 영역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출현할 수 있도록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해달라고”덧붙였다.

이날 자산운용사 CEO들은 자본시장 선진화 및 자산운용산업 발전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협조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며 “도입초기 대상은 ‘상장사’로 한정하더라도, 그 간 일반투자자 권익침해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원칙’ 중심의 대응방안 마련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증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력 제고, 의결권 공시강화, 중복상장 해소 장려책 등이 필요하다”면서 “업계 스스로도 투자대상 기업과의 적극적 소통·관여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펀드가입 절차 간소화, 외화표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 ･채권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