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해외건설 수주 전망 '먹구름'

입력 2009-07-20 08:53 수정 2009-07-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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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대상국 및 업종 한계 못 벗어...주택사업은 사실상 폐업 상태

다시 찾아온 고유가에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주 대상국과 수주 업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따라 중장기적인 해외건설 수주 전망은 여전히 먹구름이 껴있는 상황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량은 1분기 124건(84억6138만달러)이였으며 2분기도 이와 비슷한 122건(46억6739만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또 올해 3분기는 15일 현재까지 14건에 2억3719만 달러 어치 일감을 수주하는 등 올해 해외건설 수주량은 모두 260건 133억3663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건설 수주액인 270억378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확산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유가 하락에 기인하는 것을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공을 들인 63억8000만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가 전격 취소되는 등 해외 건설시장의 위축 현상은 뚜렷했다.

하지만 6월 이후 고유가가 재현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진출에도 숨통이 트였다. 특히 올 초부터 기대했던 대형 사업인 사우디 주베일 정유 플랜트 사업에서 국내 업체들이 대거 수주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해외진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SK건설 등 3개 업체가 28억4000만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 규모 사우디 주베일 정유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의 중심축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이란, 알제리 등 국내 업체가 주시하고 있는 산유국의 플랜트와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그간 중동지역 플랜트, 인프라 수주와 함께 해외건설 수주 양대축이었던 동남아 주택 개발사업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건설업계가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 역점을 들여온 주택사업의 가장 큰 약점은 이들 주택사업 대상지가 개발도상국이라는데 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주택 수요가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분양가로 인해 현지에서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고, 특히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쌍용건설이 지난 2006년 싱가폴 센토사섬에 공급한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해 (주)대원과 벽산건설이 베트남 호치민에 분양한 대원칸타빌, 블루밍파크 등이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분양성적을 거뒀지만 뒤이어 찾아온 국제 금융위기로 인해 사실상 사업 재개가 어려워 상태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주택사업을 추진해오던 GS건설은 사실상 사업 추진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벽산건설, 대원 등 2차 사업을 준비하던 업체들도 후속사업 재개에 대해 뚜렷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밖에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도 잇따라 중소 규모 인프라 공사가 추진될 예정이지만 산유국과 달리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탓에 이 지역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 지역에 대한 '공략법'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석유공사에 총 8개 광구에 대한 개발권을 주고, SOC 컨소시엄은 향후 5년에 걸쳐 쿠르드 자치지역에 상하수도와 발전소, 고속도로, 학교 등을 건설하는 패키지 딜(Packaged Deal)을 맺은 바 있다. 총 107조원 규모로 단일 사업으로 해외건설 수주액 중 최대규모인 이 사업에 쌍용건설, 현대건설, 두산건설, 코오롱 건설 등 7개 건설사가 SOC 컨소시엄을 결성했으나 결국 이들 컨소시엄은 2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실패, 사업 자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일머니'가 뚜렷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금융 자금조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非)중동 국가에 대한 공략법이 서툴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해외 수주의 대부분을 점하는 현대, 대우, 삼성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진출 업종도 플랜트와 토목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의 경우 해외 수주의 대부분을 주로 두바이에 집중시켜 두바이 거품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같은 아랍에미리트 내 아부다비로 사업장을 옮기고 있어 제2의 두바이 거품이 아부다비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중견건설업체들의 경우도 지역 한계는 뚜렷하다. 20위권 건설업체로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화려한 쌍용건설의 경우도 싱가폴 등지에서 호텔, 빌딩 등 고급 건축물 수주에 나서고, 중동지역으로 수주지역을 확대하려하고 있지만 역시 주요 수주실적은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등 전통적인 쌍용건설 수주 대상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30위권 이하 중견건설업체들은 주로 동남아 개도국에서의 주택사업을 통해 해외진출을 시도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개점 휴업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발주 물량에 국내 건설사들이 집중하는 현상이 올 하반기에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경우 국내 건설업체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도 있을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더욱이 '오일머니'에 기대는 경향이 많아 유가가 떨어지면 또다시 해외 건설 수주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 이후 우리 건설업계는 해외 진출에 목을 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해외 진출이 크게 신장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지역적으로는 중동, 업종으로는 플랜트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해 고유가만 기다리는 입장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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