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일간의 대장정 마친 '2024 프로야구'…가득한 볼거리에 기록도 풍성 [이슈크래커]

입력 2024-10-29 17:48 수정 2024-10-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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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가 삼성에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KIA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가 삼성에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KIA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월 23일 개막했던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28일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22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KIA는 이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치러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KBO KS' 5차전에서 7-5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달성해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987년 이후 37년 만에 안방에서 달성한 우승에 홈 팬들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우승을 만끽했다.

이번 우승으로 KIA는 KS 통산 12회, 통합 우승 통산 7회를 달성해 KBO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의 자리를 지켰다. 또한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KS에 12번 올라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6월 12일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KIA는 올해 완벽한 시즌을 치렀다. 1선발 제임스 네일은 지난해 에릭 페디를 보는 듯한 피칭으로 KBO를 지배했고, 양현종은 여전한 투구로 KIA의 마운드를 지켰다. 또한, 시즌 도중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이 부상으로 빠져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황동하, 김기훈 등이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마운드를 지켰다.

김도영, 최형우, 소크라테스, 김선빈, 나성범 등으로 이뤄진 타선은 시즌 내내 화끈한 타격으로 KIA의 질주를 이끌었다.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은 올 시즌 KIA의 최고 히트 상품이었고,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최형우는 타선에서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줬다. KIA가 기록한 팀 타율 0.301과 팀 평균자책점 4.40은 모두 리그 1위로, 투타에서 정상급 경쟁력을 시즌 내내 유지한 끝에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홈런 세리머니 하는 김도영 (연합뉴스)
▲홈런 세리머니 하는 김도영 (연합뉴스)

30-30·202안타…역대급 개인 기록 쏟아진 2024시즌

이번 시즌은 유독 대기록이 쏟아진 한 해였다. 한국 야구를 지탱하던 베테랑부터 미래를 밝게 빛낼 신인들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여러 기록을 작성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역시 KIA의 김도영이다.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큰 기대를 받았던 김도영은 올해로 프로 3년 차를 맞아 자신의 재능을 만개했다. 올 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로 리그를 폭격하며 최고의 타자로 떠올랐다. 최연소·최소 경기 '30-30' 클럽 가입, KBO 한 시즌 최다 득점 등을 달성하며 이미 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예약해놓은 상태다. 김도영의 활약에 힘입어 KIA는 7년 만에 KBO 정상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신인 김택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데뷔 첫해부터 무시무시한 구위로 단숨에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떠올랐다.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마치 전성기의 오승환(42)을 보는 듯했다.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19세이브) 신기록을 경신한 김택연은 두산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게 했다.

▲4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최정은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넘어 KBO 최다홈런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4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경기. SSG 최정이 5회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최정은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넘어 KBO 최다홈런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베테랑 선수들의 기록 달성도 대단했다.

먼저 SSG 랜더스의 '대들보' 최정은 이승엽 두산 감독(통산 467홈런)을 제치고 KBO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로 등극했다. 올 시즌 홈런 37개를 때려내며 통산 495홈런을 누적한 최정은 다음 시즌 500홈런 고지를 눈앞에 뒀다. 또한 19시즌(2006~2024)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NC 다이노스의 손아섭은 6월 20일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때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을 제치고 KBO 통산 최다 안타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후에도 안타를 늘린 손아섭은 현재 통산 2511안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올 시즌 부상으로 경기를 절반 가까이 소화하지 못하며 2010년부터 이어오던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멈춰 아쉬움을 삼켰다(올 시즌 95안타).

투수 중에는 KIA의 '대투수' 양현종이 대업을 이뤘다. 8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삼진 7개를 잡으며 송진우 세종원스톤야구단 감독의 2048개를 넘고 KBO 최다 탈삼진 보유자가 됐다. 그 밖에도 통산 2500이닝, 10시즌 연속 150이닝 등 꾸준함이 필요한 기록들을 여럿 달성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도 KBO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KIA)이 달성했던 201안타를 1개 차이로 뛰어넘고 KBO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레이예스는 마지막 경기에서 2안타를 치고 기록을 경신해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연장 11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안타를 쳐낸 심우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연장 11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안타를 쳐낸 심우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까지 알 수 없었던 순위 경쟁…약팀 예상 깨고 준우승 차지한 삼성

올 시즌은 KBO리그 사상 가장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시즌이 끝나갈 때까지 순위가 계속 바뀌었고, 역대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까지 나왔다.

후반기 경쟁을 뜨겁게 만들었던 팀은 단연 kt 위즈다. 6월을 9위로 마무리하며 최하위권에 머무르던 kt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7월 한 달간 13승 6패로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리더니, 결국 SSG와 72승 2무 70패로 동률을 이루고 '5위 타이브레이커'로 향했다.

5위 결정전에서 후반까지 1-3으로 끌려가던 kt는 8회 말 구원 등판한 SSG의 김광현을 상대로 멜 로하스 주니어가 기적 같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승부를 뒤집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향했다. 이어 두산을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따내며 KBO 최초로 와일드카드 업셋을 이루고 준플레이오프(준PO)로 진출해 '마법사 군단'의 위엄을 뽐냈다. 준PO에서 LG 트윈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했지만, kt가 보여준 돌풍은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팀'으로 분류되던 삼성의 준우승도 이번 시즌을 재밌게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삼성을 가을 야구 후보에 두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7, 8위를 기록했던 지난 2시즌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있지 않았고,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삼성은 시즌 첫 10경기에서 2승 1무 7패로 9위까지 떨어지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내 반등을 시작했다. 원태인-코너 시볼드-데니 레예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고,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불펜도 최지광과 김태훈의 활약과 더불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임창민과 김재윤까지 가세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바로 삼성의 '홈런 공장'이었다.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주장 구자욱(33홈런)을 필두로 김영웅(28홈런), 박병호(22홈런), 이성규(21홈런), 강민호(19홈런), 이재현(14홈런) 등이 올 시즌 팀 1위 기록인 185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특히 김영웅, 이재현 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올해뿐만 아니라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로 유명했던 박진만 감독의 지휘 아래 팀 최소 실책 1위(81개)에 오르며 단단한 수비를 과시했다. 투타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삼성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2위에 등극했다.

비록 가을 무대에서는 주축 선수들(구자욱, 강민호, 코너, 최지광 등)의 연이은 부상 불운이 겹치며 KIA에 패배했지만, 이를 실패라고 말할 삼성 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명가재건'에 성공한 삼성의 다음 시즌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야구 인기는 계속된다

이렇듯 다양한 기록을 달성한 한 해지만, 올 시즌 KBO리그가 세운 가장 대단한 업적은 역시 '프로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 돌파'다.

KBO리그는 2024 정규시즌 총 1088만7705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2017년 840만688명과 비교했을 때 무려 240만 명이나 넘긴 '역대급' 수치다.

관중 관련 신기록도 따라 쏟아졌다. LG는 2009년 롯데(138만18명)를 넘고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139만7499명으로 갈아치우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KIA, 삼성, LG, 두산, SSG, 롯데 6개 구단이 100만 관중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9개 구단이 기존 관중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인기가 늘어나면서 티켓 구하기도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720경기 중 221경기가 매진되며 전체 경기 중 30.7%가 매진되는 결과를 낳았다. 종전 기록인 68경기를 3배 이상 훌쩍 뛰어넘은 엄청난 수치다.

매진 행렬의 선두 주자는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홈 경기 중 66.2%에 달하는 47회의 매진을 달성해 종전 기록인 1995년 삼성(36회)을 가뿐하게 넘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올해 5월 1일까지 17경기 연속 홈 매진 신기록을 세웠다.

리그 창설 이래 가장 큰 인기를 누린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은 끝났지만, 다음 달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도 예정돼 있어 야구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은 전망이다. 과연 다음 시즌에도 올해와 같은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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