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코스피시장이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우려 속에 나흘만에 하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IT주들의 선전으로 하락폭은 제한됐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7일)는 어닝시즌을 앞둔 경계심리와 경기회복 지연 우려로 주요지수가 2% 내외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美 행정부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인 로라 타이슨 UC버클리대 교수가 2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고, 계속되는 경기불안감에 국제유가는 닷새 연속 미끄러졌다.
1420선에서 갭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공세에 장중 한때 1410선 초반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장 막판 프로그램 수급이 개선되면서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18p(0.22%) 내린 1431.02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95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0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고, 기관이 261억원 매도우위로 대응했다. 반면 개인은 2163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저가매수에 주력했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2128계약 매도우위로 3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171억원)를 포함해 56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환율은 사흘째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00원 오른 1276.10원으로 마감했다.
뉴욕발 경기 우려감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동반 하락했다.
닛케이지수가 2.35% 폭락한 것을 비롯해 상해종합지수(-0.28%), 가권지수(-0.70%), 항셍지수(-0.79%), 싱가포르지수(-0.55%) 등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실적 랠리 대형 IT株, 수출株, 경기방어株 지수 방어
사이버 테러, 보안株↑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대형 IT/자동차 등의 수출주들이 이날도 지수를 떠받치는 가운데, 대부분 종목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하락종목수(527)는 상승종목수(277)를 압도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전기전자(0.73%)와 경기방어 성격의 통신(1.01%)과 은행(0.88%), 음식료품(1.01%) 등이 강세를 보였고, 의료정밀(-2.06%)과 철강금속(-1.47%), 화학(-0.82%), 건설(-0.78%) 등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0.77%)가 깜짝 실적발표 이후 사흘째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금 갈아치웠고, LG전자(1.54%)와 LG디스플레이(0.29%), 하이닉스(0.97%) 등의 IT주들이 어닝시즌 수혜 기대와 함께 강세행진을 이어갔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경쟁력 제고가 기대되는 현대차(2.76%)와 기아차(3.96%)를 비롯해 쌍용차(3.25%), 현대모비스(2.21%), 평화산업(8.07%), 인지컨트롤스(6.67%), 한라공조(4.04%), S&T대우(2.75%), 성우하이텍(3.87%), 한국베랄(2.94%), 한일이화(0.84%) 등의 자동차 관련주들이 대거 강세를 나타냈다.
차량경량화 수혜주로 부각된 현대EP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SK텔레콤(1.68%)과 KT(0.95%), LG그룹 IT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보유한 LG(0.47%) 등이 올랐다.
반면 환율과 경기에 민감한 현대중공업(-3.10%)과 POSCO(-1.18%), KB금융(-0.56%), 신한지주(-1.50%) 등은 떨어졌다.
대주주 지분 변동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로 부각된 금호석유가 계열사들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우려로 9.84% 급락했고, 지주회사 부담을 덜게된 금호산업은 3.30% 올라 주목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주요 시총상위주들이 하락한 가운데 서울반도체(4.24%)와 다음(4.27%)이 큰폭 상승했고 SK브로드밴드(0.57%), 동서(0.18%) 등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한편 조선주들의 부진 영향으로 현진소재(-9.03%)와 태웅(-2.94%), 평산(-6.24%) 등의 단조업체들이 동반 급락했다.
청와대, 국방부, 한나라당, 조선일보, 신한은행, 외환은행, 네이버, 옥션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홈페이지에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가해졌고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에 백신 등 보안주들이 들썩거렸다.
안철수연구소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비롯해 에스지어드밴텍(5.26%), 소프트포럼(5.61%), 이니텍(1.23%), DDos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나오콤(2.92%)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백신 '알약'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는 장중 13%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으나 DDos의 공격이 보안업체로 향하면서 보안업체들에 사이트 접속장애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상승분을 반납하며 1.39% 하락세로 마감했다.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지원과제 선정 기업들이 발표된 가운데, 관련주들의 등락이 엇갈렸다. 이수앱지스(상한가)와 케이디미디어(11.92%), 마크로젠(1.38%) 등이 오른 반면, 셀트리온(-3.74%), 토자이홀딩스(-7.48%) 등은 하락했다.
한편 초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하림(6.41%)과 마니커(8.70%) 등 닭고기 관련주들이 강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컨센서스 위축
코스피시장이 나흘만에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전일 美 증시 급락 여파로 일본 닛케이지수가 2.35% 급락하며 60일선까지 내밀린 것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눈부시게 선방한 셈이다.
최근 국내증시의 차별적 강세는 글로벌 경기불황을 이겨낸 일부 IT주들의 독주에 따른 것이며, IT주들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
코스피지수의 최근 상승모멘텀이 내부적 요인이었기에 해외증시에 비해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5일선 위에서 등락하고 있는 코스피지수의 선방이 불안정한 해외증시를 외면한 채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뉴욕증시 등 해외증시가 크게 오르지는 못해도 어느정도 안정을 유지해줘야만이 코스피지수의 선방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S&P500지수는 기술적 반등이 기대되는 구간에서 의미있는 반등에 실패하자 실망매물 출회와 함께 장대음봉을 기록한 모습이다.
광의의 박스권 밴드를 완전히 하향 이탈한 것은 아니지만 빠른 회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칫 추세적인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본격 개막되는 어닝시즌과 함께 글로벌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발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에 말씀드린대로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감대(컨센서스)가 현저히 악화되는 양상이다.
소비와 직결되는 고용보고서가 실망스럽게 발표된데 이어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오판 여부에 대해 부통령과 대통령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2차 경기부양책이 거론될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경제 온도계로 간주되는 국제유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미국 국채가격과 美 달러화가치는 연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장세에 진입했다며 국내증시가 디커플링을 지속해 1500선을 넘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부 IT주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3월 이후 랠리를 펼친 것은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금융장세에 불과하며 지금도 금융장세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실적장세에 본격 진입하려면 기업들의 과감한 설비투자와 함께 실적 개선이 뚜렷해야 하는데 총체적인 설비투자가 여전히 위축돼 있고, 실적 개선도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실적장세 언급은 시기상조로 간주되는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수의 착시현상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경기 우려에도 불구 개별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 즉 상승명분이 뚜렷한 실적개선주, 우량 수출주들 중심의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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