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심당 논란이 부른 ‘공공의 가치’

입력 2024-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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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인 성심당의 대전역 임차료 논란이 뜨겁다. 사실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은 역사 내에 위치도 애매해서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월세를 4억 원 넘게 내야할 형편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는 돈도 잘 버는 빵집이 월세 4억 원 때문에 대전역을 철수할 정도인가라는 말도 하지만 숫자라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기업인 로쏘 주식회사의 2023년 재무제표를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아보면 매출액 1243억 원, 영업이익 315억 원을 거둔 알짜 중소기업임을 알 수 있다.

대전에서만 영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2022년 대비 무려 52%나 늘었다. 월세를 기존 1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올리면 연 36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해서 영업이익이 279억 원으로 줄게 된다. 가족 중심의 사기업이니 비용이 증가하건 이익이 감소하건 많은 사람이 신경 쓸 일이 아닌 듯하지만, 성심당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렇게 큰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월세보다 법인세 늘어날 때 더 큰 기여

월세 4억 원으로 2년을 계약하면 96억 원이니 차라리 이 돈으로 대전역 앞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게 낫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그래도 성심당은 대전역에 있는 게 모든 이들을 위해서 좋다. 기차 환승하는 사이에 빵을 사고 싶어하는 여행객이 특히 그럴 것이다. 여행객 입장에서도 대전역사에 성심당 외에 또 쇼핑할 것이 있는지 둘러보게 되니 다른 매장들도 성심당 철수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방식의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비용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업의 특성상 생산원가보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서 유통비, 임차료, 수수료 같은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이익을 늘릴 수 있다. 식음료를 포함한 B2C기업들은 온·오프라인 공간을 임차해야 하므로 월세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매달 정해진 임차료만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전역처럼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 방식도 있어서 매년 부담액이 바뀌기도 한다.

로쏘 주식회사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22년에 임차료와 매장수수료 합계는 22억 원 정도였는데 2023년에 들어서 33억 원을 넘어섰다.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매장수수료도 비례해서 늘었다. 여기에 600명 가까이 근무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인건비와 카드수수료나 여러 공과금을 합치면 판매비와 관리비가 연간 270억 원 가까이 된다. 그래도 성심당 손익은 괜찮은 편이다. 다른 식음료기업들이나 소비재를 판매하는 B2C기업들은 매출액에 비례해서 수수료를 내는 방식의 입점 계약이 많아 매출원가만큼의 판매비와 관리비가 발생해 남는 이익이 크지 않다.

아무튼 로쏘 주식회사는 그렇게 많은 판매비와 관리비를 부담해도 31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니 까짓거 대전역 월세 3억 원 더 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회사가 월세를 많이 아낀 것만큼 급여나 기부금, 법인세를 더 지출한다면 훨씬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주식회사 로쏘는 2022년에 급여로 261억 원이 발생했는데 2023년에는 89억 원이나 증가한 350억 원이 지출되었다. 기부금 또한 3억 원 정도 증액한 10억 원 이상을 썼고 법인세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7억 원을 납부했다.

공기업의 높은 수수료에 ‘정당성’ 시비

대전역사 점포들을 관리하는 코레일유통은 한국철도공사의 100% 자회사이고 한국철도공사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이 일반 백화점이나 플랫폼 기업들처럼 매출액 대비 많은 수수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로 부산을 대표하는 삼진어묵이 부산역 매장을 철수한 일이 있었다.

임차료가 비싸면 소상공인이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소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 그러면 자연스레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 위주로 역사에 입점하게 되거나 비싼 상품 위주로 파는 점포들이 많아져 여행객들 발길이 뜸해지게 된다. 공기업이 이익을 챙기려다가 상생과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공공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임대료 정책을 재검토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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