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글로벌 OTT에 안방 내준 한국 방송

입력 2024-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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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독점·저가구조에 안주한 방송시장
콘텐츠 앞선 넷플릭스에 속수무책
채널협업 등 통해 공존방안 찾아야

한국 방송시장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지상파방송은 시청률 하락과 광고 감소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가지고 있던 브랜드 가치나 긴축 경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잠시 반등했다 다시 하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을 보면, 그나마 아직 무풍지대라고 생각했던 유료방송까지 동반 추락이 시작된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상반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위성방송과 종합유선방송 가입자가 2.04%, 0.71% 감소했고, 이를 IPTV가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IPTV 가입자 증가가 주로 결합판매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도 사실상 축소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상파방송에 이어 유료방송 시장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총체적 위기를 넘어 총체적 붕괴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글로벌 OTT 공세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OTT들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콘텐츠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확실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글로벌 매체가 가진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경쟁력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 더 위력적인 것은 우리 방송시장의 취약한 구조 때문이다.

독과점 구조가 무너지면서 지상파방송은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을 모두 잃었다. 급기야 KBS는 수신료까지 분리 징수되면서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고질적 저가 구조에 매몰되어 있던 유료방송들도 글로벌 OTT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국내 OTT들 또한 지리멸렬한 상태다. ‘토종 OTT 연합군’이란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의욕적으로 출범했던 웨이브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져, 다른 OTT 사업자와의 합병에 생존 희망을 걸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방송사업자들이 무기력해진 근본 원인은 콘텐츠를 통한 유효경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은 독점 광고시장에 안주해 왔고, 유료방송들은 인터넷 서비스·홈쇼핑 송출수수료 같은 간접수입에 취해 있었다. IPTV는 모바일의 미끼상품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사업자들이 고비용 콘텐츠보다 저가 경쟁으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전략에 매몰되어 있었다. 최근 콘텐츠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는 쿠팡이나 티빙의 행보가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마디로 우리 방송시장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주 취약한 제작 기반 상태가 고착되었다. 글로벌 OTT들은 이러한 한국 방송시장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제작비를 급상승시켰고, 그 결과 우리 방송사들을 제작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켜 버렸다. 이제 국내 방송사들이 콘텐츠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결국 우리 방송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긴축 경영과 구조 조정 같은 ‘연명 전략’밖에 없게 되었다. 콘텐츠 제작비를 줄이면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는 ‘침체의 소용돌이(Spiral of Downward)’에 빠져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이은 드라마 포기 혹은 축소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공유 계정 금지를 통한 실질적 가격 인상, 저가 광고 패키지 같은 전략으로 시장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원천 자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인수·합병 같은 양적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3위라도 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 정도가 다다. 더구나 여러 이유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OTT와 공존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BBC나 독일 공영방송처럼 글로벌 OTT와 채널을 협업하거나 공동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제기되고 있는 KBS 2채널 민영화보다 글로벌 채널로 전환해 국가와 공영방송사 그리고 민간 자본이 글로벌 OTT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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