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들의 1주 더 받기, 이른바 ‘묻지마 베팅’에 나서면서 수요예측이 유명무실 해진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 직접 상장한 기업 20개를 분석한 결과 이달 8일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고, 모두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올해 1분기로만 따져봤을 때, 2015년 1분기, 2021년 1분기에 이어 전 종목이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비중이 100%를 달성한 것은 분기별 역대 세 번째다.
유일하게 희망 공모밴드보다 낮게 공모가가 결정된 HD현대마린솔루션도 기관투자자 약 90%가 밴드 최상단가인 8만3400원보다 20% 높은 10만 원을 희망 공모가격으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기관이 초과베팅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묻지마 베팅’으로, 단 1주라도 물량을 더 얻기 위해 경쟁자들 보다 주문가를 높게 써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현상은 지난해 공모주 가격 제한 폭이 60~400%로 확대되면서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요예측 등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오직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도 할말은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모주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물량을 받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했다. 예를 들어 희망밴드 상단을 20% 초과하는 가격을 적었지만 최종 공모가가 25%로 정해진다면 배정이 어렵게 된다. 결국 무조건 상향 베팅이 살길이라고 호소한다.
시장에선 IPO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기관투자자들이 공모 주식 판매 전에 공모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정 금액을 장기투자(보호예수)하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 배정을 확약받는 제도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고, 도입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해 ‘뻥튀기’ 상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