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줄게" 속여 점유권 넘겨받은 임대인…대법 “사기죄 아냐”

입력 2024-04-10 09:00 수정 2024-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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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변제능력 없던 피고인…1‧2심 “기망행위로 점유권 상실”
대법 “재산상 손해로 보기 어려워 사기죄 성립 안돼” 파기환송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겠다고 속여 세입자로부터 오피스텔 점유권을 넘겨 받았더라도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을 소유한 A 씨는 2018년 3월 B 씨와 임대차보증금 1억2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고, 한 차례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가 2020년 8월 전세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B 씨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A 씨는 “1일 이체 한도가 5000만 원”이라며 나머지 7000만 원은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송금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임차인을 언급하며 오피스텔의 비밀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A 씨의 카드는 이체한도 제한이 없었고, 당시 신규 임차인에게 1억2500만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은 상태였다. A 씨는 B 씨에게 합계 7000만 원의 보증금을 송금했지만,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 등에 돈을 쓰면서 나머지 금액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

결국 A 씨는 보증금 미반환을 포함해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 사기, 주식 단기 투자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해당 사건에서는 오피스텔 점유권 이전이 사기죄의 재산상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임대차보증금을 추후 전액 반환할 것처럼 기망하고, 피해자가 오피스텔에서 퇴거해 새 임차인이 이사를 가게 함으로써 점유권을 편취했다”며 “오피스텔의 점유권에 관한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피해자는 임차인으로서 계약 종료 후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거나 그 이행의 제공이 있을 때까지 오피스텔 인도를 거절하고 계속 점유할 권리가 있었다”며 “기망행위로 권리를 상실한 것이므로 이 같은 점유 이전행위는 사기죄의 처분행위”라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재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형법상 사기죄에서 보호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 점유권을 이전했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산범죄인 사기죄는 피고인의 기망으로 피해자가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어야 하는데, 오피스텔은 A 씨 소유일 뿐 아니라 임차인의 점유권을 독자적인 재산상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점유권을 편취했다는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사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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