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중대재해법, 발등의 불부터 꺼야

입력 2024-01-17 05:00 수정 2024-0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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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중소중견부 차장

그야말로 초미지급(焦眉之急)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두고 15일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회를 압박한 데 이어 16일에는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촉구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중처법은 근로자가 중대 재해로 다치거나 숨졌을 때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경영 여건상 준비가 미흡할 수 있어 적용을 2년 미뤄왔다. 이달 27일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단 열흘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중처법 전면 적용을 약 5개월 앞두고 진행한 조사에서 50인 미만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상당 부분 준비하지 못했다’는 업체가 5곳, ‘아무 준비도 못 했다’는 회사가 3곳이었다.

이들이 중처법 대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전문인력 부족(35.4%)이다. 예산 부족(27.4%) 역시 부담이었다. 실제 중처법에 가장 취약한 건설업종의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로 인해 착공을 못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안전관리자가 중견 이상 업체를 선호하는 데다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선 자금이 만만치 않다.

위탁하는 곳 역시 비용 부담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안전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겼다가 자칫 허점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설령 안전관리자가 있다고 해도 근로자들이 손발을 맞추지 않는 경우, 안전관리자가 현장 설비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 등 문제가 수두룩하다.

컨설팅 내용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설비 이용이 많은 제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중처법 컨설팅인데도 설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현장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육을 진행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의미 없는, 기록 때우기식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경영난을 고심해야 하는 때에 설상가상 중처법까지 대응해야 하니 ‘중처법=중소기업 폐업법’이라는 거친 말이 나온다.

정부는 중처법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년의 유예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교육 지원이 현장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다"거나 "체계적인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 "참고자료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지원이 촘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장관과 대통령이 연이어 국회를 압박하는 것은 그간 중처법 준비가 헐거웠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중처법이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인 중소기업계의 미약한 부분을 건드려 경제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데도 국회가 갖은 정쟁을 앞세워 이를 뒷방에 몰아넣은 모양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다. 기업 스스로 근로자의 안전을 저출산 및 인구감소 문제처럼 모두가 함께 떠안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계가 “시행을 2년만 늦춰주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읍소한 데엔 또다시 유예를 요구했을 때의 부정 여론을 감안한 것도 있겠으나, 근로자와의 상생과 법안 준비에 대한 각오도 담겨 있을 것이다.

중처법 준비엔 정부와 국회, 업계가 한몸이 돼야 한다.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근로자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그 누구도,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없다.

sorah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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