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넌 입니? 난 먹는다!…루이비통이 레스토랑을 연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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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 번째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at 루이 비통’(사진제공=루이비통)
▲한국 세 번째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at 루이 비통’(사진제공=루이비통)
유명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5월 레스토랑을 엽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이코이(Ikoyi)’와 함께 여는 한국에서의 세 번째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앳(at) 루이 비통’을 오픈하는 건데요. 루이비통 측은 루이 비통의 브랜드 철학인 ‘여행 예술’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이번 레스토랑에서는 런치·디너 코스와 티타임 등을 즐길 수 있죠. 그런데 의류 브랜드들과 요식업이라니, 다소 생소한 조합입니다. 루이비통은 왜 레스토랑을 연 걸까요.

루이비통 문양 버터·커피·식기까지…루이비통 레스토랑 오픈 임박

루이비통이 레스토랑,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여는 팝업 레스토랑 ‘앳 루이 비통’ 시리즈는 지난해 6월 ‘피에르 상 앳(at) 루이 비통’으로 한국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이후 ‘알랭 파사르 앳 루이 비통’을 거쳐 세 번째 레스토랑인 ‘이코이 앳 루이 비통’이 개점을 앞둔 상태죠.

앞선 두 번의 팝업 레스토랑에서는 루이비통 가방들로 장식된 레스토랑 실내에 루이비통 문양이 음각된 버터, 루이비통 패턴이 새겨진 비빔밥 포장지, 루이비통 모노그램 문양 라떼 아트가 올라간 커피 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독창적 레시피로 정평 난 이코이와의 협업을 통해 루이비통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루이비통의 포부입니다.

‘이코이 앳 루이 비통’에서 점심 혹은 저녁 식사와 티 타임을 즐기려면 17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실시간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서 선착순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성황리에 마쳤던 ‘피에르 상 루이 비통’과 ‘알랭 파사르 앳 루이 비통’도 모두 접수 시작 후 1시간 이내 평일 예약까지 모두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올 커틀러리 세트를 플레이팅에 활용한 카페 디올의 메뉴(출처=‘카페 디올’ 네이버 메뉴 캡처)
▲디올 커틀러리 세트를 플레이팅에 활용한 카페 디올의 메뉴(출처=‘카페 디올’ 네이버 메뉴 캡처)
구찌·에르메스·디올…‘의’ 넘어 ‘식’까지 넘보는 명품 브랜드들

일견 명품과 레스토랑이 무슨 관계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카페, 레스토랑 등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다수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요식업을 시작한 건 구찌가 시작이었습니다. 구찌는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이탈리아 피렌체, 미국 LA, 일본 도쿄에 이은 4호점으로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제공하는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죠. 개점 열흘 전 시작된 온라인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NS 인플루언서 등에게 미리 메뉴를 선보인 ‘소프트 오프닝’ 행사도 성황리에 마무리돼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에르메스는 2006년 복합 공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에 커피와 브런치 등을 즐길 수 있는 ‘카페마당’을 마련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만2000원에 달하지만, 값비싼 에르메스 식기에 신라호텔 출신 요리사가 선보이는 요리를 즐길 수 있어 비싼 가격에도 웨이팅이 생길 정도죠. 여름 한정 메뉴인 망고 빙수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디올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한 팝업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에서 브런치·디저트·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곳 역시 아메리카노 한 잔에 1만9000원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테리어부터 다기까지 모두 디올 제품으로 꾸며져 있어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패션은 살면서 접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듯, 명품의 저변을 의(衣)를 넘어 식(食)으로까지 확장하려는 명품 브랜드들의 시도가 소비자들에게 먹혀드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구찌 제품들로 꾸며진 ‘구찌 오스테리아’ 내부(출처=‘구찌 오스테리아’ 홈페이지 캡처)
▲구찌 제품들로 꾸며진 ‘구찌 오스테리아’ 내부(출처=‘구찌 오스테리아’ 홈페이지 캡처)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소소한 행복”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들은 왜 하필 요식업을 택한 걸까요. 우선 팝업·플래그십 스토어 등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 캠페인 방식은 ‘체험 마케팅’의 전형적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별한 경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관련한 긍정적인 기억을 심어주려는 거죠. 명품 제품들로 치장된 공간에서 일류 호텔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식사는 평범한 식사 한 끼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됩니다. 루이비통이 레스토랑 오픈과 관련해 “고객들은 이곳에서 미식의 즐거움과 어우러지는 공간의 특별함 또한 만끽할 수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한 점은 이를 잘 보여주죠.

소비자로서는 수백만 원 이상 고가 제품을 사야만 구매할 수 있었던 명품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됩니다. 1만2000원이 커피 한 잔 값으로는 비쌀지라도, 손수건 한 장에 수천만 원으로 호가하는 에르메스를 잠시나마 누려볼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저렴하게 느껴지죠.

이러한 스몰 럭셔리에 대한 선호는 경기 불황기에 흔히 등장합니다. 립스틱과 같은 작은 사치재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고 해서 ‘립스틱 효과’라고도 합니다. 내집 마련 같은 거시적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 불황이 극심한 상황에서, 청년층이 ‘소확행’ 추구에 나서며 명품 브랜드 카페와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건데요. 최근 급증한 오마카세 유행도 이러한 관점에서 일맥상통하죠. 고가 명품을 구매하기는 어렵더라도, 먹거리만큼은 상위층과 동등한 수준으로 누려 비싼 명품을 통해 얻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기저에 있습니다.

활발한 SNS 이용은 이러한 소비를 더욱 자극합니다. 지난달 10일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3%가 명품 등 고가 제품과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원인으로 ‘SNS의 영향으로 과시, 모방소비 증가’라고 꼽았습니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코팅된 커피, 명품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커틀러리 등은 SNS에 과시하기에 적격인 피사체죠. 앞길 막막한 요즘, 적절한 ‘소확행’은 분명 삶에 즐거움을 줍니다. 다만 명품 브랜드를 즐기기 전, 이것이 내게 정말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인지는 따져봐야겠습니다. 지갑에 무리를 주는 소비는 더는 소소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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