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달러당 1400원을 넘은 이유 역시 고물가와 고금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신흥국의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신흥국의 물가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물가 상승은 고금리를 또다시 자극하게 되는데, 3고가 서로 떨어져서 머물러 있기보다는 서로 연계되면서 순환하기에 쉽사리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주고 있다.
3고의 순환 외에도 우리가 주목해볼 또 다른 순환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은 지난해 초 금융 시장을 전망하면서 3가지 쇼크를 언급하는데 인플레이션 쇼크, 금리 쇼크, 그리고 경기 침체 쇼크가 그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게 되면서 실물 경기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 둔화 및 기업의 비용 상승 등의 충격을 일차적으로 받게 된다. 이렇게 올라버린 물가를 잡기 위해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자 부담으로 인한 금리 쇼크가 이차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올라버린 물가와 금리는 미국의 소비를 더욱 짓누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언급한 경기침체 쇼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년 동안의 흐름을 통해서 이런 3가지 쇼크가 순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는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금융 시장에서는 과거 금융 위기 이후 이어져왔던 패턴과 비슷한 형식의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기대로 인해 자산 시장이 크게 상승하게 되는데, 이렇게 상승한 자산 가격은 경기 침체 쇼크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인플레이션을 재차 강화하게 되고, 이는 금리 쇼크와 경기 침체 쇼크로 이어지게 된다.
3고의 순환과 3가지 쇼크의 순환을 보면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근원이 된다는 점이다. 고물가가 고금리와 고환율을 만들고, 물가 쇼크가 금리와 경기 침체 쇼크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향방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최고치인 전년비 9.1%에서 큰 폭 하락하면서 6%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추가적인 물가의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역시 상당히 높다. 이에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이 생겨나고 이는 시장 금리의 큰 폭 하락과 뒤따른 환율의 하향 안정을 만들어내었다.
그렇다면 2022년을 뒤흔든 2가지 악순환은 이제 끝난 것일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연 2%로 되돌려지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리고 2%에 더욱더 근접할 때까지 연준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기대하는 것 역시 다소 성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준 역시 상품 및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꺾인 것이 맞지만 노동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들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기대처럼 빠르게 정책을 되돌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는, 그리고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급하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판단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물가 및 금융 시장 동향을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