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재팬’의 실체

입력 2023-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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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디지털미디어부장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일본이었다고 한다. 법무부가 조사한 결과, 작년에 658만145명이 출국했는데, 이 가운데 109만3260명이 일본을 찾았다. 해외 여행자 6명 중 1명꼴로 일본을 방문한 셈이다.

인터파크 조사에서는 최근 3개월간 일본행 항공권 발권량이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확산하기 전인 2018년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3개월간 여행상품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것인데, 일본 노선 항공권 발권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3만7943%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384%, 노 재팬 영향이 없는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68% 늘었다.

작년 11월 일본이 무비자 관광을 허용한 데다 국내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다 엔저 효과로 가까운 해외인 일본 여행의 매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영화관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스크린으로 옮겨 30년 만에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 이름도 무대 배경도 모두 한글이지만, 일본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엄연한 일본 태생의 애니메이션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말로는 ‘노 재팬’, ‘토착왜구’라는 구호로 반일을 선동하고, 친일을 비하하면서 대중의 행동은 의식의 흐름대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의식의 흐름은 그동안 정권 스탠스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19년 일본이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으로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그 여파로 모든 마트와 편의점에서 인기가 높았던 맥주 등 일본 제품들이 자취를 감췄고, 일본 여행 수요도 푹 꺼졌다. 여기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은 유니클로 매장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의식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한 사람도 있었지만, 주위 시선 때문에 불매 운동에 동참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일본 여행 인증샷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일제 차량에 ‘노 재팬’이란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 헛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가운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한미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2월 정상회담 추진과 셔틀외교 복원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해빙 무드 속에서 관건은 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배상 문제다. 이 문제를 얼마나 완성도 있고 속도감 있게 매듭짓느냐가 양국 관계 복원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놀라운 건 양국이 겨우 ‘다시 동행할 결심’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였을 뿐인데, 민간 차원의 교류는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폭발한 일본 여행 수요와 슬램덩크 신드롬이 그렇다.

일본 쪽도 마찬가지다. 2019년 한일 교류가 사실상 끊긴 후에도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문화와 한국 화장품 등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랭해지고, 선동가들이 반일·반한 감정을 들쑤셔도 민간 외교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지금 세계는 침체된 경제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시대를 겪고 있다. 어느 나라든 정치적 편향을 떠나 국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국민들의 내적 갈등을 조장하는 수준 낮은 정치적 선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예스 재팬이든 노 재팬이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sue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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