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로 국내 전기차 경쟁력 떨어져…현대차 미국 공장 빨리 만들어라"

산업연구원, IRA 영향·시사점 분석
"현대차·기아 등 세제 혜택 못 받아
이차전지는 장기적으로 기회 된다"
美 전기차 공장 구축 당기잔 주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22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차량을 살피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이 북미 시장에서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을 앞당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9일 산업연구원은 '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IRA 통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피해를 예상했다.

연구원은 미국 내의 생산기반이 없어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할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분석했다.

IRA는 미국 내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는 중이다. 본래 목적은 중국 견제 의도가 담겼지만,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IRA로 인해 단기적으론 국내 자동차 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볼 거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 상실은 큰 악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7월까지 9.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국내 기업 외에도 앞서 언급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조항이 담겼기 때문이다. 결국, 신속하게 조항에 맞는 조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얼마나 신속하게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반을 구축할지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의 성패를 결정할 거라고 해석했다.

이차전지와 관련한 분석도 내놨다. 연구원은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광물 생산과 정제가 중국 등에 주로 분포돼, IRA 배터리 핵심 광물 규정 충족이 어려울 거로 분석했다. 이에 단기적으론 매출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나, 정도는 제한적일 거로 예측했다.

또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이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신설할 예정인 만큼, 장기적으론 수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미국 내의 전기차 생산기반을 조기 구축하는 것은 물론, 이차전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자동차) 기업 차원에선 미국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미국 시장에서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는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 간 실무협상을 통해 우리의 이익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