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ㆍ태양광 등 신성장사업 공격 경영
반백년 이상 총수일가 3대로 이어지는 코오롱그룹은 한국 섬유산업의 역사이자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러한 코오롱에게도 국내 섬유산업이 성숙을 넘어 사양길길로 접어든 2000년 이후 몇 년간은 적지 않은 잡음과 내홍이 뒤따랐다.
유례없는 경기침체 속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경영환경이 서바이벌게임 양상을 보일것으로 예상하면서 "물사업과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사업과 관련 시장선점을 위해 기술 확보와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 섬유산업 개척자에서 내홍 이은 제 2의 창업으로
코오롱그룹의 시발점은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이 1954년에 설립한 '개명상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63년 나일론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한국인의 의생활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코오롱은 1960~70년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었던 섬유산업의 개척자이자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코오롱의 2대 경영자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코오롱전자, 코오롱정보통신, 신세기통신 등을 설립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부친인 이 명예회장에 이어 지난 1996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3대 이웅렬 회장은 한동안 적지 않은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2000년을 전후해 중국 등의 부상으로 인한 국내 섬유산업 입지 약화로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었다. 노조의 빈번한 파업 등으로 코오롱은 노사 마찰의 대명사라는 불명예도 떠안아야 했다.
특히 2004년 발생한 473억원규모의 코오롱캐피탈 횡령사건 등으로 그룹 이미지 실추라는 오점도 겪었다.
이후 이 회장은 위기의식 속에 2005년 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 추진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결과 2006년 7월 새 노조 집행부가 출범과 노사 상생기업을 선언하며 코오롱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화학 첨단소재, 바이오건설 레저, 패션유통 등 3대 전략사업군을 중심으로 자동차와 전자 등 ‘첨단소재 메이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코오롱을 비롯 코오롱건설, FnC코오롱 등 주력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오롱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물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소재에 대한 개발 중점을 두고 있다.
◆ 양호한 총수 지배구도 4세후계구도 움직임은 없어
코오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이웅열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달 11일 현재 그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고루 가지고 있는 ㈜코오롱의 13.12%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례로 그는 패션사업 핵심계열사인 FnC코오롱은 0.8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회사에 대해 ㈜코오롱이 85.43%를 보유함에 따라 패션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 외 이 회장은 코오롱글로텍 3.63%와 코오롱아이넷 0.25%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코오롱 2.26%, 코오롱건설 1.24%, FnC코오롱 1.62%, 코오롱글로텍 0.32%, 코오롱아이넷 0.4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보유지분에 비해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결권 승수에서 코오롱은 6.52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집단 평균 의결권 승수인 7.39보다 낮아 소유와 지배간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평가한다.
코오롱그룹은 4세로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50대 초반인 이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계열사 지분을 갖지 않고 있는 상태다.
◆ 탄력받은 지주사 전환
2007년 ㈜코오롱과 코오롱유화㈜의 합병한 이후 지난해 ㈜코오롱은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종합 화학ㆍ소재 기업’으로 거듭나며 지주사 체제 전환도 예고해 왔다.
㈜코오롱은 합병이후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확보를 강화해 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FnC코오롱에 대한 지배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코오롱은 FnC코오롱에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이달 현재 85.43%까지 늘린 상태다.
FnC코오롱은 그룹 패션 사업의 축으로 FnC코오롱→코오롱건설→코오롱글로텍ㆍ코오롱하이텍스→FnC코오롱과 FnC코오롱→캠브리지ㆍ코오롱패션→코오롱하이텍스→FnC코오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코오롱이 FnC코오롱을 합병한다면 순환출자고리 해소함과 함께 종합화학 소재에다 패션까지 더한 사업지주사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체제로 전환되기 위해선 상장계열사 지분 20%, 비상장계열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의 지주사 계열사 지분율 미달 상태인 상장사 코오롱건설(14.88%)과 비상장사 코오롱제약(35.99%) 등에 대한 지분작업도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