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는가?

입력 2022-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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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최근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얘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부진을 뜻하는 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음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독특한 경제 현상을 말한다. 왜 스태그플레이션을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까? 일반적으로 물가와 경제 성장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성장이 강해지면 수요가 강해지게 되고, 강한 수요는 물가의 상승을 촉발한다. 즉, 성장과 물가는 함께 강해지는 것이다. 반면 성장이 둔화하면 소득이 줄어들면서 수요는 약해지게 되는데, 이는 물가의 하락을 야기한다. 성장과 물가가 함께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은 약해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독특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을 제어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지원 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성장이 둔화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려서 소비와 투자 확대에 나선다. 그러나 만약 물가가 치솟게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른다는 뜻도 되지만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로 해석 역시 가능하다. 화폐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커지는데 금리를 낮추면서 화폐의 공급을 늘릴 수 있겠는가. 성장이 둔화하기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그런 정책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면 성장 둔화가 보다 심화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진입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나타내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는가.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의 콘셉트는 이해했지만 명확한 정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공식적으로 겪었던 때는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이다. 당시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물가는 10%를 넘어서는 고물가 기조를 이어갔다. 만약 1970년대 수준의 레벨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한다면 아직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2%대 후반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물가 역시 과거보다 급격히 높아지면서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5%를 넘어서고는 있지만 1970년대의 숫자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까. 성장이나 물가의 레벨은 1970년대 당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성장이나 물가의 방향성을 본다면 그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 글로벌 국가들의 성장률 예상치는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 속도가 보다 가팔라지고,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실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핵심은 빠르게 치솟는 물가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너무나 높게 치솟은 물가가 성장을 더욱더 둔화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당장 물가에 초점을 맞추려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연준은 보다 빠른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에는 올해 2~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가 2월에는 6~7차례 금리 인상과 함께 0.5%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시사했다. 5월에는 과거보다 2배 빠른 양적긴축의 조기 시행을 예고했고 6월에는 0.75% 인상, 즉 자이언트 스텝을 현실화시켰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3.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6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 밖으로 치솟았고, 중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장의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강하고,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빠른 대응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이어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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