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애니 ‘각질’로 칸영화제 홀린 문수진 감독 “이 기회로 나를 믿게 됐으면”

입력 2022-05-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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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경쟁부문 초청된 '각질' 27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드뷔시 극장에서 상영

▲'각질' 스틸컷 (칸영화제)
▲'각질' 스틸컷 (칸영화제)

그야말로 ‘기괴한 7분’이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큰 눈에 뽀얀 피부로 치장된 겉가죽을 벗으니, 칙칙해 보이는 ‘진짜 나’가 등장한다. 성황리에 진행 중인 제75회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문수진 감독의 ‘각질’(Persona) 이야기다. 현지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프랑스에 도착한 문 감독은 “이 기회로 나를 믿게 됐으면 좋겠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각질’은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초청작 9편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칸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초청작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귀한 일인데다가, ‘각질’이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최초로 해당 부문에 이름을 올려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각별하다. 앞서 칸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극영화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다음 소희’ 만큼이나 의미 있는 성과다.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각질'로 초청된 문수진 감독이 24일 현지에 도착한 모습 (문수진 감독)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각질'로 초청된 문수진 감독이 24일 현지에 도착한 모습 (문수진 감독)

‘각질’을 연출한 문수진 감독은 24일 프랑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영화제 개막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초청 연락이 왔다. 칸영화제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안 뽑아주던 곳이라 초청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칸? 내가 아는 그 칸?’ 하면서 많이 놀랐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각질’의 주인공은 집에 돌아오면 어여쁜 외모의 가죽을 마치 각질처럼 벗어뒀다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할 때면 빨아둔 그 가죽을 다시 뒤집어쓴다. 결국 두 자아는 충돌하고 끝내 모종의 파국에 이른다. 문 감독은 칸영화제에 제출한 작품 소개서에 “나 자신과 페르소나 사이의 간극이 두려웠다”고 썼다.

▲'각질' 스틸컷 (칸영화제)
▲'각질' 스틸컷 (칸영화제)

“’각질’은 자전적인 얘기예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저는 타인에게 ‘어필’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모습으로 행동하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슬럼프처럼 안 좋은 시기도 찾아왔어요. 그때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너무 달라서 괴리감을 느꼈고, 그러면서 ‘각질’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칸영화제의 관객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주인공이 가죽을 입으려고 낑낑대다가 전화기를 떨어트리고 그걸 다시 주우려 하는 장면”을 꼽았다. “일부러 극적으로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가 멀리에서 화장실의 일상적인 모습을 비추는 관찰자 시점이라 인상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질' 스틸컷 (문수진 감독)
▲'각질' 스틸컷 (문수진 감독)

‘각질’은 문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것이다. 기획, 제작에 꼬박 3년이 소요됐다. 업계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도움을 청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거둔 성취에 문 감독은 “이 시간이 나 자신을 믿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은 작업 시간이 길다 보니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해요. ‘각질’ 작업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믿는 게 힘들어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좀 더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어요.”

문 감독은 이후 27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드뷔시 극장에서 열리는 ‘각질’ 공식 상영과 GV에 참석한다. 단편경쟁부문 수상 결과는 폐막일인 28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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